[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2>뇌혈관 질환…이규창교수

  • 입력 2003년 4월 1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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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과서에 세계 최고의 뇌혈관 수술 의사로 소개된 이규창 교수는 정년을 10개월 앞둔 지금도 매주 3명의 뇌출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 교과서에 세계 최고의 뇌혈관 수술 의사로 소개된 이규창 교수는 정년을 10개월 앞둔 지금도 매주 3명의 뇌출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무거운 것을 들다, 상가에서 곡(哭)을 하다, 또는 말싸움을 하다가 ‘꽝’하는 느낌이 들면서 쓰러진다. 상당수는 병원에 오기도 전에 숨진다. ‘한여름 밤의 꿈’을 작곡한 멘델스존처럼 고통 때문에 울부짖다 숨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서 밀린 성관계를 몰아서 하던 주말부부도, 불륜 현장에서 용을 쓰던 남성도, 오르가슴을 느끼던 주부도 예외가 아니다.

바로 뇌동맥꽈리가 터지는 뇌출혈 환자 얘기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규창 교수(64)는 이런 뇌동맥꽈리의 수술에서 세계 최고 권위자다.

그는 1975년 국내 처음으로 현미경을 이용, 뇌동맥꽈리 환자를 수술한 이래 지금까지 2570명의 환자를 수술해 아시아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더욱이 생존율 96%, 정상 회복률 84%라는 성적은 세계 최고다. 미국 교과서에도 ‘코리아의 닥터 리가 세계에서 수술 성적이 가장 좋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다.

이 교수는 특히 환자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잘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이 때문에 의료분쟁이 적다.

그는 주한미군 121육군병원 신경외과 수석자문의로 98년 미 국방부 민간인 봉사 최고훈장, 2001년 미 육군 의무공로훈장 등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정년을 10개월 앞둔 지금도 매주 3, 4명의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퇴임 후에는 개원하는 대신 북한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뇌동맥꽈리란 어떤 질환인가.

“뇌동맥은 목의 앞뒤로 각각 두 개씩 위로 올라가서 각기 뇌 바닥에서 서로 연결되는 로터리를 이룬다. 이것을 ‘윌리스 환’이라고 부른다. 이 혈관은 위로 가지를 치면서 올라가는데 혈관이 갈라지는 부위는 탄성이 부족한데다 혈액이 흘러와 강하게 부딪히기 때문에 부풀어 오르기 쉽다. 이 때문에 꽈리처럼 부풀어오른다고 해서 뇌동맥꽈리라고 부른다.

이전에는 뇌동맥류(腦動脈瘤)로 불렸다. 이 부위가 압력 때문에 갑자기 터져서 뇌출혈이 생기는 것이다. 뇌동맥꽈리는 윌리스 환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생기고 터지지만 윌리스 환 부위의 출혈이 90% 이상이다. 교통사고는 역시 로터리에서 많이 생긴다.”

―일반인들은 뇌동맥꽈리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흔한 병인가.

“전체 뇌혈관질환 환자의 5%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드문 질환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허혈(虛血) 뇌중풍의 상당수는 병원을 찾지 않고 지내므로 급히 병원을 찾는 뇌혈관질환자의 4분의 1이 뇌동맥꽈리 환자다.

다른 기준으로 얘기해보자. 성인의 2∼4%가 갖고 있지만 상당수는 아무런 증세 없이 지낸다. 매년 4000∼5000명이 갑자기 뇌동맥꽈리가 터져서 병원을 찾는다. 의사 중에도 이 병의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환자가 뇌동맥꽈리가 터져 어지럼증,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을 찾지만 응급실 의사들이 되돌려보내는 경우가 가끔 있다. 환자는 다음날 완전히 의식을 잃고 앰뷸런스에 실려오곤 한다. 국내의 열악한 응급실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다.”

이 교수는 뇌동맥꽈리가 다른 뇌중풍과 두 가지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첫째 한창 나이인 30, 40대에도 발병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둘째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꽈리가 있지만 출혈이 생기기 전이나 소량의 출혈만 있는 경우에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면서 “수술법의 발달로 혈관이 완전히 터져도 재빨리 병원에 가면 치료율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뇌동맥꽈리는 왜 생기며 예방법은 무엇인가.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이전에는 선천적 병으로만 봤다. 요즘에는 후천적 이유가 더 크다고 본다. 심장과 콩팥의 특정질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나 흡연자에게 잘 생긴다. 특히 혈압이 높은 30대나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뇌출혈 환자가 있었다면 자기공명뇌혈관촬영(MRA)을 받는 것이 좋다.

30대 이상은 평소 자신의 혈압을 체크해야 하며 혈압이 높은 사람은 특히 생활에 조심해야 한다. 혈압은 심장이 이완됐다 수축할 때 급속히 올라가며 이때 뇌혈관이 터질 수 있다. 평소 혈압이 수축기 120, 이완기 80㎜Hg로 정상인 사람도 대변을 볼 때 160㎜Hg 이상으로 올라가기 일쑤다. 고혈압 환자는 냉온탕을 오가는 목욕, 겨울 등산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수영, 역기 등도 해롭다. 재채기할 때나 악몽을 꿀 때 등에도 뇌혈관이 터질 수 있다.”

―뇌동맥꽈리가 있다면 무조건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꽈리의 지름이 5㎜ 이하이면 평생 안 터질 수도 있으므로 두고 본다. 5㎜∼1㎝이면 꽈리의 모양, 증세, 환자의 과거 병력 등을 고려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1㎝ 이상이면 반드시 치료받아야 한다.”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마의 한쪽을 5㎝ 정도 자르고 드릴을 이용해 머리뼈를 가로 세로 각 4∼5㎝ 정도 잘라 들어낸다. 다음으로 가위로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을 열고 뇌의 좌우반구 사이를 벌린 뒤 폭 1㎝ 정도 되는 틈으로 수술도구를 넣어 꽈리의 아래부위를 집게로 꽉 집는다. 그리고 뇌막을 꿰매고 뼈를 맞춘 다음 이마를 꿰매면 수술이 끝나는데 모두 합쳐서 4∼5 시간 걸린다. 환자의 나이가 많거나 꽈리가 수술이 어려운 위치에 있을 때에는 사타구니의 동맥으로 백금코일을 삽입한 다음 뇌혈관까지 밀어 넣어 꽈리 부위에 넣어 막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이 교수는 뇌동맥꽈리에 대해 ‘미신이 많은 병’이라고 말했다. “옛날에 뒷간에서 숨지면 뒷간에 귀신이 있다며 굿판을 벌이곤 했다. 사실은 대부분 뇌동맥꽈리 환자다. 또 병을 병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더러 여성이 남편과 성관계 중 남편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오면 여성은 죄인이 된다. 시댁 식구가 알면 ‘남편 잡아먹었다’고 비난을 한다. 그러나 시댁에 가족력이 있거나 본인이 건강관리를 잘못한 경우가 더 많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뇌혈관 분야 명의들▼

▽김종성(47)=특수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뇌혈류측정(TCD) 등 진단기술과 새 혈전용해 치료제 등을 도입해서 포괄적인 뇌중풍 진료체계를 확립했다. ‘스트로크’ ‘뉴롤로지’ 등 세계적 학술지에 80여편의 논문을 냈고 미국 하버드대 등 유명대학에서 초청 강연을 하기도 했다. 특히 ‘뇌중풍의 감각장애’와 ‘뇌간 뇌중풍’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동아일보 헬스섹션에 칼럼 ‘김종성 교수의 뇌의 신비’를 연재하고 있다.

▽노재규(55)=국내에서 수많은 뇌중풍 명의를 키워온 이 분야의 대가. 경두개(頸頭蓋) 초음파 검사법, 자기공명영상(MRI)촬영 등을 도입해 진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세포를 보호하는 약물로 뇌중풍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결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미국두통연구회 회원이며 두통 연구에 있어서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윤병우(48)=지난해말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가 너무 낮을 경우 미세 뇌출혈로 인한 뇌중풍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이 분야 최고 권위지인 ‘스트로크’에 발표했다. 96년에는 한국인 뇌중풍 환자 10명 중 2명이 일과성 뇌중풍을 방치해서 치명적 상태가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뇌중풍의 유전자 치료에 대한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정진상(46)=뇌종양 때 머리가 아픈 것과 비슷한 편두통인 ‘변환 편두통’의 정확한 진단및 치료법을 확립하는 등 뇌중풍뿐 아니라 두통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 대한두통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미국 의대에서 널리 사용되는 신경과 교과서를 비롯해서 수많은 교과서를 저술했다.

▽허지회(44)=뇌경색 급성기 치료의 권위자. 뇌경색 환자의 동맥과 정맥에 혈전용해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치료법을 도입하는 등 치료로 후유증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말 ‘급성 치료부터 재활까지’를 목표로 국내 처음으로 뇌중풍집중치료실을 개설했다.

▽임만빈(55)=3차원 뇌전산화단층혈관조영술 등 새로운 방법으로 뇌동맥꽈리, 뇌동정맥기형, 자발성뇌내혈종 등을 진단, 수술하고 있다. 최근 컴퓨터 보조 수술 및 로봇 수술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같은 병원 이창영 교수와 함께 허혈(虛血) 뇌혈관질환 환자를 그물망 삽입술 등의 혈관내 수술법으로 치료하고 있다. 대한뇌혈관학회 회장.

▽김달수(60)=허혈(虛血) 뇌중풍을 혈관내 혈전(血栓) 용해술, 혈관확장술, 스텐트 삽입술, 뇌혈관 미세연결술 등 비절개 방법으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소아와 청장년층의 뇌졸중인 모야모야병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대한뇌혈관학회 초대회장을 지냈다.

▽한대희(61)=뇌혈관 수술 분야에서 이규창 교수와 양대 산맥을 형성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온 대가. 1992년 중증 뇌 거미막밑출혈 환자의 치료 시기를 ‘3일 이후가 효과적’이라고 입증해 세계 각국에서 일던 논란을 잠재웠다. 논문이 300여편에 육박할 정도로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초 미국신경외과학술원 회원이며 보라매병원장,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권병덕(52)=감마나이프를 이용해 뇌혈관 기형을 완치시키고 있다. 미국 미시간종합병원과 공동으로 척수신경재생에 관한 실험을 수행하는 등 뇌수술에 있어 국내외에서 다양한 수술 및 연구경험을 가지고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출근해서 환자를 돌봐왔다. 2월부터 1년간 미국 미시간대 의대에서 뇌혈관질환에 대한 연구를하고 있다.

▽오창완(44)=뇌경색이나 거대뇌동맥꽈리가 있는 환자에게 막힌 혈관 주위로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잇는 ‘뇌혈관우회술’을 시행해서 탁월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목동맥 질환, 뇌동맥꽈리, 뇌동정맥기형 등의 질환에서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수술로 뛰어난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어떻게 뽑았나▼

뇌혈관질환의 베스트 닥터로 신경과에서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김종성 교수, 신경외과에서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이규창 교수가 선정됐다.

전국 14개 대학병원의 신경과 및 신경외과 교수 71명에게 △가족에게 뇌혈관 질환이 생기면 믿고 맡기고 싶고 △지난 3년 동안 임상과 연구에서 큰 활약을 한 의사를 5위까지 추천 받아 집계한 결과다.

김 교수는 2000년 베스트 닥터와 2002년 베스트 중견의사의 뇌혈관 부문 1위에 이어 이번에도 1위를 차지했으며 이 교수도 지난번 베스트 닥터에 이어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두 사람은 99년 월간지 ‘신동아’에 신경과와 신경외과의 최고 명의로 각각 선정되기도 했다.

동아일보의 베스트 닥터 시리즈는 동료 의사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누가 뛰어난지를 가장 잘 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훌륭한 의사들을 보다 많이 소개하기 위해서 연재하고 있다.

뇌혈관질환 베스트 닥터
이름소속세부전공
김종성울산대 서울아산뇌중풍, 두통
노재규서울대
윤병우서울대뇌중풍, 유전자 치료 연구
정진상성균관대 삼성서울뇌중풍, 두통
허지회연세대 신촌세브란스뇌경색 등 뇌혈관질환
이광호성균관대 삼성서울뇌중풍, 두통
이병철한림대 평촌성심
정경천경희대뇌중풍, 두통, 어지럼증
조기현전남대뇌중풍
김승현한양대뇌혈관질환
장대희경희대뇌중풍, 말초신경병, 간질
권순억울산대 서울아산뇌중풍, 두통
방오영아주대뇌중풍의 줄기세포 치료 연구
이광수가톨릭대 강남성모뇌중풍
이규창연세대 신촌세브란스뇌동맥꽈리 수술
임만빈계명대 동산(대구)뇌동맥꽈리 수술
김달수가톨릭대 의정부성모뇌혈관질환, 모야모야병 치료
한대희서울대뇌동맥꽈리 수술
권병덕울산대 서울아산뇌혈관질환 수술
오창완서울대
허승곤연세대 신촌세브란스
김한규고신대(부산)
권 양울산대 서울아산뇌혈관질환의 미세수술
김국기경희대뇌혈관질환, 뇌하수체질환의 수술
백민우가톨릭대 부천성가뇌혈관질환의 미세수술
신용삼아주대뇌혈관질환 수술
변박장순천향대 부천뇌혈관질환 수술
김태선전남대뇌혈관질환의 절개 수술, 미세수술
홍승철성균관대 삼성서울뇌혈관질환 수술
박철완가천의대 길
나형균가톨릭대 여의도성모
김재민한양대 구리
주진양연세대 영동세브란스
심재홍인제대 부산백뇌동맥꽈리 수술
이훈갑고려대 안암뇌혈관질환 수술
고 용한양대뇌질환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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