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계역사를 바꾼 짐머만의 전보'

  • 입력 2003년 4월 11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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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역사를 바꾼 짐머만의 전보/바버라 터크먼 지음 김인성 옮김/286쪽 8500원 평민사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917년 1월 17일. 영국 해군 정보부의 암호해독 요원 2명은 독일 외무장관 짐머만이 미국 독일대사관으로 보낸 전문을 가로채 해독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상치 못한 내용이 담겨있던 이 전문은 1차대전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당시 주전선인 서부전선에서 수백만명의 사상자를 내며 치열한 전투가 연일 벌어졌지만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독일은 2월부터 U보트를 이용한 무제한 잠수함작전으로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연합군에 보내오는 보급선을 막으면 6개월내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유일한 관건은 미국의 참전을 막는 것. 무제한 잠수함작전이 미국을 자극시킬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인들은 전쟁에 무관심했고 윌슨 대통령은 연합군과 동맹군의 동등한 관계에서의 화해를 주장하며 전쟁 불참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윌슨 대통령은 어느 한쪽이 패전하면 과도한 손해를 감당해야 하고 결국 전쟁 당사국간의 적대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 상황에서 영국 해군이 가로챈 전문의 내용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위력을 갖고 있었다.

전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미국이 중립을 지키도록 유도하되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멕시코 일본과 동맹을 맺고 미군이 함부로 본토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대가는 뉴멕시코 애리조나 텍사스 일대를 멕시코에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사실상 미국 영토의 침범을 의미하는 이 전문이 공개되자 윌슨은 크게 분노했고 전쟁에 무관심하던 75%의 미국인들에겐 ‘독일이 우리의 적’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결국 윌슨 대통령은 4월 2일 미국의 참전을 공포했다.

저자(1912∼1988)는 1차대전의 시작과 배경을 연구한 ‘8월의 총성’(1962)과 스틸웰 장군의 일대기를 그린 ‘스틸웰과 미국의 중국 경험, 1911∼1945’(1971) 등 두 권의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영화 007을 능가하는 각국의 첩보전과 막후에서 활약했던 여러 인물들의 행동을 소설보다 더 생생하게 그려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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