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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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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미국측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정당하다고 판정한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정부 보조금으로 본 것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상계관세율이 지나치게 높다. 큰 적자를 내고 있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돕기 위해 하이닉스를 죽이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경쟁력이 떨어진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경쟁회사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자유무역을 부르짖는 미국이 취할 행동이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우리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하이닉스는 해외매각이 최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논리와 헐값매각 시비에 휘말려 처리가 지연돼 왔다. 작년 5월에는 채권단이 마이크론과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하이닉스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아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렸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는 여야 모두 표를 의식해 독자생존을 약속하는 바람에 해외매각은 유야무야됐다.
이후 채권단은 하이닉스에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을 해 왔다. 채권단이 출자전환과 부채탕감 등을 통해 하이닉스에 쏟아부은 자금은 이미 10조원을 넘는다. 최근에는 21 대 1 감자로 소액주주의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등 하이닉스가 국민경제에 끼친 손실은 막대하다.
엄청난 지원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오직 국제시장의 반도체 값이 오르기만 기대하면서 연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상계관세 부과로 더욱 어려움에 빠진 하이닉스의 사례는 ‘부실기업 처리는 빠를수록 좋다’는 교훈을 확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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