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나라종금 수사의지 있나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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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나라종금의 퇴출 저지 로비와 관련해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종잡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은 법무부의 업무보고 때 “정치적 고려를 할 필요없이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당사자들도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이다.

검찰 간부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은 측근 또는 친인척이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좋다. 노 대통령이 엄정 수사를 지시한 외양만을 놓고 보면 잘못이 없는 것 같지만 대통령과 검찰의 역학 관계에 비추어 수사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인사 태풍을 맞고 움츠러든 검찰이 대통령의 말을 액면대로 해석하지 않고 의중 읽기에 들어간다면 수사가 왜곡될 가능성은 커지게 마련이다.

노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엄정 수사를 지시한 도청의혹 사건은 국가정보원 광주지부장이 구속되는 등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세풍 사건 수사도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귀국과 함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 사건과 달리 나라종금 사건은 의혹이 불거져 나온 작년 8월 이후 답보상태이고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검찰의 수사 의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나라종금의 로비 과정에서 99년 노 대통령 측근에 2억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은 현재로서는 진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검찰은 나라종금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회장이 돈 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중간 배달책으로 지목되는 사람은 해외로 도피해 수사가 난관에 부닥쳤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출국금지가 늦어져 주요 증인이 해외로 도피하게 놓아둔 것도 석연치 않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던 두 사람의 혐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정권이나 검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이 적극 수사해 집권 초반기에 잘잘못을 분명히 하고 지나가는 것이 모두의 부담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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