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의 투자여행]<5>위험관리 잘해야 돈번다

  • 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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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도박도 꼭 같지만, 주식을 해서 돈 버는 사람도 세 부류가 있다.

첫째, 작전하는 무리들이다. 실력으론 도저히 안 되니 불법을 행하는 사악한 부류다.

둘째, 운이 좋아 엉겁결에 버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경우도 하늘이 도왔다 하고 자중하면 그나마 얼마라도 챙긴다. 그렇지 않고 내 분석, 예측이 적중했다는 등 자만하면 그 돈 도로 다 뺏기는 건 시간문제다.

셋째, 위험관리를 잘 하는 부류다. 얼마 벌지는 몰라도 얼마 깨질지는 확실히 알고 임하는 사람들. ‘나는 모른다, 이건 못 이기는 게임이다’를 기본철학으로 삼는 바보, 비관론자들 말이다. 사실 나도 마흔에야 이게 옳은 자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위험관리라는 걸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 또 2, 3년이 더 걸렸다. 그런데 동생은 나이 서른에 어떻게 그걸 깨쳤으며, 어디서 그런 자제와 냉정을 배웠는지…. 아직도 그건 미스터리다.

어쨌든 설마 끝났겠지 했던 동생의 재난대비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게임 전에 먼저 저녁부터 실컷 먹어 두자는 것이었다. 또한 다음날 아침 끼니까지도 미리 싸 두자고 했다.‘어차피 다 잃을 돈, 먹는 게 남는 거다. 결국 빈털터리로 돌아갈 걸음, 배는 채우고 가야지’ 하며 말이다.

하지만 생사불문 그저 돈 딸 생각에만 빠져 있던 내겐 그런 말이 이해될 리 만무했다. ‘이 녀석, 안 보는 동안에 되게 좀스러워졌네. 돈 따러 와서 방정맞게 왜 자꾸 돈 잃는 얘기만 할까. 이러다간 싸우기도 전에 총알 다 써 버리겠군….’ 배우는 처지에 더 이상 나무라진 않았지만 난 속으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여하튼 음식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갔는지 그 까다로운 통과절차가 다 끝이 났다. 그리고는 마침내 그토록 안달하던 천국 땅. 야, 드디어 여길 왔군…. 내 입가엔 절로 탐욕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연애는 달콤하나 결혼은 쓰디쓴 것, 역시 철없이 환상에 젖어 있던 그 시간이 좋았다.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우왕좌왕, 붉으락푸르락, 화끈불끈…. 5센트짜리 게임이 25센트로 변하고, 25센트 베팅이 1달러로 커지고, 1달러가 5달러로…. 처음엔 재미로, 나중엔 열 받아서, 종국에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나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이 운명적인 하수의 길을 차례로 걸었다. 그리곤 두 시간을 채 못 버텨 통한의 ‘올인’을 당했다. 그 막막한 심정, 한번이라도 깡통 차 본 사람은 이해를 하리라. 그러나 하수의 특기는 끝까지 포기 안 하는 것, 결국 난 밤을 새워 싸움을 계속하게 되는데….

김지민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 cic2010@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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