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노인 건널목 사고 급증

  • 입력 2003년 3월 9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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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호주기는 줄이고 횡단보행시간은 늘려라.”

건널목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노인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94년 1748명이었던 노인(만 61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1년에는 2043명으로 17%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어린이(만 14세 이하) 교통사고 사망자가 890명에서 489명으로 45%가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노인들의 교통사고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01년의 노인 교통사고 사망자 2043명 가운데 60.6%인 1239명이 보행 중 사고를 당했다는 점. 또 이 가운데 30% 정도가 건널목을 거의 다 건넌 상태에서 차량에 부딪힌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환경연구원의 신부용 원장은 이와 관련, “교통신호 주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횡단보행시간을 충분하게 줄 수 있도록 교통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건널목을 건너다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원인은 크게 3가지.

첫째, 넓은 도로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8차로 이상의 넓은 도로가 많다.

8차로 도로는 폭이 최소 25m 이상이어서 건강한 성인이 건너는 데 평균 25초가 걸리며 노약자는 30초 이상이 걸린다.

만약 노인성 질환이라도 걸렸다면 횡단보행시간은 40초 이상 늘어난다.

교통통제가 차량 소통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원인이다.

차량 통행량이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도로가 자동차로 뒤덮이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행정당국이 보행자가 좀 기다리더라도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

교통신호가 4단계나 돼 청신호는 짧고 적신호는 지나치게 긴 것도 영향을 미친다.

4단계 신호에서는 네 방향이 번갈아 청신호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한 번 청신호를 놓치면 3번의 신호를 기다린 뒤 다시 청신호를 받는다.

횡단보행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 청신호 한 번이 유지되는 시간은 대략 30초 정도.

이는 곧 4단계 신호체계의 신호주기가 황색신호를 합쳐 최소 130초가 된다는 의미다.

또 보행자나 운전자가 100초를 기다려야 자신들이 원하는 신호를 받는다는 뜻이다.

만약 횡단보행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청신호 한 번의 유지시간을 40초로 늘리면 신호주기는 170초로, 적신호는 130초로 각각 길어진다.

적신호가 늘어지면 그만큼 차량의 대기행렬이 길어져 교차로가 막힐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주기를 되도록 짧게 잡으려다보니 횡단보행시간이 짧아진다는 게 윤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호단계를 축소할 것을 제안한다.

교통신호주기를 3단계로 줄이면 횡단시간을 40초로, 2단계로 할 경우엔 60초로 각각 늘려줄 수 있다는 것.

신호단계를 줄이려면 동서나 남북 방향의 좌회전 신호를 없애고 유럽에서 많이 쓰는 ‘소형 로터리(라운드어바웃)’ 등과 같은 교통시설물을 설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면 횡단보행시간을 평균 30초 수준인 현행보다 2배 이상 늘릴 수 있고 적신호 대기시간은 3분의 1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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