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저편 256회…1933년 6월 8일(1)

  • 입력 2003년 3월 2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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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철의 아버지 용하는 단독으로 저세상으로 가고, 유언에 따라 화장되었다. 이듬해 설, 어머니 희향은 물에 빠져 죽은 딸 소원과 병으로 죽은 남편의 추억에 잠겨 있다. 한편 용하의 첩 미령의 한은 깊어만 간다. 경영하는 동아여관은 대목을 맞이하는데, 미령은 딸 소진을 강가로 데리고 나가 구슬프게 노래를 부른다. 땡 땡, 보통학교의 종소리가 들린다. 하얀 셔츠에 흙색 바지를 입은 현장감독이 휴식, 이라고 호령하자 바지저고리 차림의 인부들은 어기영차 상사디야 하면서 동아줄을 잡아당겨 쇳덩어리를 강가에 내렸다. 강 건너에서 배다리를 건너왔거나 물에서 걸어나온 인부들은 강물에 얼굴과 손을 씻고 입을 헹구고, 지난 봄에 보통학교를 졸업한 기하와 만식이 둑을 뛰어올라와 복순네로 들어갔다. 복순네서 일하는 홍주가 때를 가늠하여 미리 준비해 두었던 40인분의 된장국과 찌개와 미나리나물과 배추김치와 보리밥을 여기 있다며 가리키자, 둘은 식당과 강가를 오가며 냄비와 솥과 식기를 나르고 손윗사람들 그릇에 찌개와 보리밥을 퍼주었다. 겨우 자기 몫을 퍼담은 둘은 아이고 좀 앉읍시다, 라며 둥글게 둘러앉은 인부들 사이로 파고들어 보리밥에 찌개를 붓고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강 건너에서는 일본인 현장감독과 기술자가 돗자리에 나란히 앉아 뭐라고 말을 주고받으면서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강 건너에서 하는 말이 여기까지 들리지 않는 덕분에 인부들은 편안 마음으로 밥을 먹었다. 기하는 배다리와 나란히 박혀 있는 나무 말뚝을 바라보고, 사각사각 배추김치를 씹으며 말했다.

“다리가 생긴다”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하는 기고, 우리가 놓고 있다 아이가?” 만식은 젓가락으로 나물을 집어 입속에 넣었다.

“그렇기는 한데, 쫌”

“뭐가 쫌이고”

“큰비가 내리면, 학교 안 가도 된다고 좋아했다 아이가”

“하기사, 이제는 큰비 정도까지고 학교 쉬는 일은 없어지겠재. 내년 봄이면 완성될 거 아이가”

“은어하고 물고기들은 괜찮을라나”

“물이 이래 탁한 거는 일시적인 거다”

“그래도…아, 아무것도 아이다”

“얼른 먹어치워라, 안 그라면 뒷간에 갈 시간도 없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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