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라인하트 드리프테/미국은 분열된 동맹을 원하나

  • 입력 2003년 2월 26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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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유럽 각 국의 수도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대단히 염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록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미국을 지지하고 있긴 하지만 런던에서도 근래에 가장 큰 시위가 있었다. 이라크 문제는 불행히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의 결속을 깰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동맹관계의 위기의 몇몇 특징들은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에도 교훈이 된다. 미국이 NATO와의 경험 후에 얻은 교훈으로 한국과의 동맹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리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의 경우에도 미군의 재배치와 철수에 관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독일에는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중요한 그룹이 없지만 한국의 분위기는 적지 않게 반미 쪽으로 흐르고 있다.

▼유럽서 번지는 反戰 움직임▼

미국과 NATO, 미국과 EU간 마찰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9·11테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두 대륙간 관계를 증진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는 그것이 분열을 강화했음이 드러났다. NATO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시했지만 미국이 그 지지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다음에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방법에 대한 분열이 있었고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럽국가들은 테러리즘의 근본 원인과 싸우기를 원하지만 미국은 오로지 군사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적 재건 문제는 유럽인들에게 맡겨두려는 것 같다.

미국이 충분한 협의 없이 테러와의 전쟁을 확대하고 목표를 변경하는 데에서도 분열 요인이 생겨났다. 테러와의 전쟁 초기에 미국은 이라크가 다음 목표라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라크를 알 카에다의 테러조직과 연계시키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 점은 유럽인들뿐 아니라 다른 동맹인 일본에도 문제가 됐다. 유럽인들은 특히 중동과 북한에 있는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반면 이라크를 급박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2002년 1월 ‘악의 축’ 발언에 질겁했다. 부시 행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간섭 태도도 유럽과의 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유럽인들은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보고 다자간 협력(multilateralism)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이고 선택적 태도에 대한 우려를 재확인했다. 미국은 이미 교토의정서 인준 거부나 선제공격권 주장 등을 통해 이런 태도를 보여왔다. 유럽인들은 아마도 9·11테러가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뒤흔들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유럽인들에게 불행하게도 테러리즘은 상당 기간 함께 했던 위험이기 때문이다. 비록 유럽인들이 이해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미국 스스로 안정을 다시 얻고야 말겠다는 태도를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럽인들은 군사적 변화를 수행하기에는 재정적으로 여력이 없으며 이는 미국과 NATO의 기본적 차이가 되고 있다. 이는 협력, 평등, 협조와 같은 동맹관계의 전통을 유지하는 데 어두운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미국은 유럽의 지도자들이 협력이라는 원칙과 국제조직에만 의존하고 그것을 실천할 정책과 자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고 비난한다. 유럽의 방위 산업 활성화, NATO 개혁 등이 지연되고 있다.

▼한미관계에 시사점 많아▼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미국이 EU와 NATO를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위해 유럽 국가들 사이에, 런던과 파리 사이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은 지난해 터키가 EU에 가입할 수 있게 EU를 압박했다. 터키가 친아랍적이지만 미국의 유용한 군사 동맹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프랑스와 독일을 늙은 유럽이라고 지칭하면서 두 나라를 다른 EU 회원국들로부터 고립시키려고 했다. 최근 동유럽 10개국은 이라크전을 지지했고, EU보다는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이면서 미래의 EU회원국들이 미국을 더 지지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들 나라를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결국에는 NATO의 결속을 파괴할 것이다.

비록 양 대륙간 상황이 한미 관계와 많이 다르다 하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다루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은 일본을 끌어들여 서울에 더 큰 압박을 가하려고 시도할지 모른다. 결국 미국은 도전에 맞서기 위해 분열된 동맹이 아니라 통합된 동맹이 필요하다는 것과 무력 사용은 최종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라인하트 드리프테 영국 뉴캐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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