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부부 초보 육아일기]<9>백일

  • 입력 2003년 1월 19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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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승민이의 백일을 치렀다. 백일 잔치랄 것도 없이 가까운 친지를 모시고 조촐하게 식사를 한 것으로 간단히 치렀지만 새삼스레 백일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백일은 이 숫자가 가지는 완전함, 성숙의 의미대로 백일을 기점으로 신생아의 발육이 한 단계 넘어가는 시점이다. 태어나서 눈도 못 뜨고 하루종일 잠만 자던 승민이는 백일이 되기까지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했다. 우선 외모부터 달라졌다.

살이 가장 많이 찐다는 백일 즈음이 되자 승민이는 살이 무척 올라서 축 처진 볼이 터질 듯했다. 이웃사람은 ‘금복주’라는 소주 병뚜껑에 그려진 스님 같다고 했다. 백일이 되면 아기의 몸무게는 태어날 때의 2배가 되고 키는 10㎝정도 자란다. 승민이의 몸무게도 6.6㎏으로 태어날 당시의 2배가 넘었고, 내가 열심히 다리를 주물러준 덕분인지 특히 키가 많이 커서 15㎝나 자랐다.

엎드려 놓으면 몇 초에 불과하지만 고개를 꼿꼿이 세운다. 아기는 머리를 들면서부터 머리에서 발끝 방향으로 운동 신경이 발달한다. 승민이는 지금 발차기도 잘하고, 겨드랑이를 잡아주면 서 있기도 한다. 낮과 밤이 뒤바뀌어 우리 부부를 올빼미로 만들더니 이젠 낮과 밤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알이도 많이 늘어서 제법 시끄러울 때가 많다. 또 뭐든 빨고 싶어해 두 손이 마를 날이 없다. 이 시기 아기들 특징이다. 또 자기 주먹을 꽉 쥐고서 통째로 입에 넣거나 딸랑이를 쥐어주어도 무조건 입으로 가져간다.

웃음도 많아지고 표정도 훨씬 다양해졌다. 승민이에게 거울을 보여주면서 장난을 치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소리내며 웃기 시작하는 것도 백일이 지나면서다. 요즘엔 울때도 배고프거나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것보다는 놀아달라고 ‘에∼에∼’ 소리를 내며 우는 경우가 많다. 고개를 가누면서 호기심도 부쩍 늘었다. 승민이는 세워서 안은 뒤 집안 여기저기를 둘러보게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럴 때면 승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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