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이강숙/우리 모두 주인이 되자

  • 입력 2003년 1월 12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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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업, 사랑이라는 명사 다음에 ‘한다’라는 동사를 붙이면 정치한다, 사업한다, 사랑한다는 말이 된다.

이 세상에는 정치하는 사람, 사업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 하는 사람, 의료 하는 사람, 법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이외에도 사람의 종류는 많다.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우리의 어법에는 없지만 나는 ‘인간 한다’, ‘주인 한다’, ‘노예 한다’라는 말을 생각한다. 무엇을 하되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다.

사업하는 사람이 사업을 잘 하지 못해도 큰일이고,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나선 정치하는 사람이 정치를 잘 못 해도 큰일이다.

▼나라위해 할일에 힘써야▼

‘인간 한다’란 말은 무슨 뜻인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무엇보다도 ‘인간다워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인간다워지는 일’을 자기의 전공으로 삼으려는 사람을 두고 나는 ‘인간 하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무엇을 하든 인간은 자기가 하는 일을 잘 하려고 한다. ‘인간 하는’ 경우도 ‘인간’을 ‘잘 해야’ 한다. 가장 인간답게 되려고 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힘이 나타나면 그 힘이 아무리 무서운 힘이라고 해도 싸워 이겨야 한다. 그 힘에 굴복하는 사람은 ‘인간 하는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나 하는 사람’과 ‘남 하는 사람’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나 하는 사람’은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고, ‘남 하는 사람’은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 자기의 일이 되는 사람이다. ‘남 하는 사람’은 ‘인간 하는 사람’의 부류와 협력하는 사람이다.

‘주인 한다’란 말과 ‘노예 한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 하려고 하는 사람 앞에 인간 하려는 사람의 의지를 꺾으려는 힘이 나타날 때 사람들은 자기 삶의 방식을 달리 한다.

인간 하려고 하는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힘’이 나타날 때 특히 문제가 된다.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살려만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죽여라, 인간 함을 못하게 하려는 너에게 나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삶 하는 방식’이 다르게 된다.

살려만 달라고 하는 사람이 살아남으면 목숨은 붙어있어도 죽을 때까지 ‘노예 하는 사람’이 되고, 죽여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죽어서도 그렇고, 살아서도 ‘주인 하는 사람’이 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물리치고, 그것이 설사 죽음이라고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인간 하려는’ 나의 일을 위함이라면 “죽어서, 살겠다”라고 말하는 사람, 그래서 목숨을 버린 사람, 이런 사람들이 우리 선조 중에 많았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이런 선조들의 후예다.

“나라가 너에게 무엇을 해줄까에 대한 생각보다, 네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라”고 말했던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생각난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노예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라 하는 사람’이다. ‘나라 하는 사람’이 어찌 정치가만이겠는가.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주인 하는 사람’이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 직장을 자기 집으로 생각하고, 직장의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일을 스스로 찾아서 자발적으로 하는 사원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장이 있겠는가.

▼철저한 인내로 자기개혁을▼

직장을 위해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는 사람은 직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자신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안다.

그러니까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나라의 일에서든, 주인이 시킬 때에만 몸을 억지로 움직이는 ‘노예 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자기를 위해서도 그렇고 직장이나 나라를 위해서도 그러하니, ‘주인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길은 하나뿐이다. ‘주인 하기 위한 자기 개혁’을 철저한 인내로 해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가 자발적으로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인간 한다’가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음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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