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대선승리 '성장주' 연착륙 관심

  • 입력 2002년 12월 22일 18시 49분


‘가치주냐, 성장주냐’는 증시의 영원한 화두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에 쏠린다고 믿는 사람은 가치주를 중시한다. 하지만 주식은 꿈을 먹고살며 미래뿐만 아니라 내세까지도 앞당겨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성장주에 투자한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 외에 투자자의 심리나 수요와 공급 및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변덕스럽게 변한다.

1999년부터 2000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정보기술(IT) 버블’ 때처럼 500원짜리 주식이 40만원(액면의 800배)까지 오르기도 하고 주가가 순자산가치(BPS)보다 낮은 경우도 적지 않다. 주가와 가치가 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일순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박빙의 승부로 점쳐졌던 16대 대통령선거가 노무현 후보의 예상 밖의 큰 승리로 끝났다.

이번 대선 결과는 자산·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더 평가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회창 후보는 자산·가치주였다. 한나라당은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으며 이 후보는 대법관 감사원장 국무총리 등을 지내 ‘가치’가 검증됐다.

반면 노 후보는 성장주 측면이 강했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선거에서 네 번이나 낙선했으며 해양수산부 장관 8개월 경험을 빼면 이렇다 할 공직 경험도 적었다.

그러나 그는 새 정치를 내세우고 변화와 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국민은 ‘변화〓성장’이란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노 후보를 선택했다.

노 후보의 당선은 사회는 물론 경제가 크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동맥경화에 걸린 큰 조직보다는 시대흐름에 민감하게 변하는 게릴라 조직,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은 세대교체가 아니라 의식교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성장주는 펀더멘털의 뒷받침이 없으면 한때의 유행이나 인기로 끝나 거품이 꺼진 뒤 가슴아픈 후유증을 남긴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신약개발, 환경기술, 인터넷 등을 재료로 ‘묻지마 투자’를 했다가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이 적지 않다.

반면 삼성전자나 SK텔레콤처럼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연착륙(소프트랜딩)한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다음 옥션 인터파크 NHN 등 인터넷 관련주가 새로운 성장주로 각광받고 있다. 가치주로 연착륙하는 성장주가 많을 때 증시도 살고 나라도 산다.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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