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당선자, 안정된 국정운영을

  • 입력 2002년 12월 19일 23시 50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다수의 국민이 변화를 선택한 것을 의미한다. 지금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그 파도가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거세게 밀어닥쳐 수많은 파열음을 낼 것이다. 개혁에 대한 기대와 그 방법 및 속도에 대한 불안이 교차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천신만고 끝에 박빙의 승리를 거둔 노 당선자의 최우선 과제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이 넘는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다.

우선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노 후보의 당선을 곧 현 정권에 대한 평가로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 후보가 받은 지지엔 권력형 부패와 실정으로 만신창이가 된 현 정권까지 포함한 낡은 정치를 뛰어넘어 그 틀을 과감히 뜯어고치라는 주문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3김시대의 종언과 함께 도래한 50대 대통령 시대는 당장 세대교체에 의한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한계가 엄존한다. 아직도 여전한 ‘동서분할’의 지역구도가 우선 그렇다. 노 당선자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정치적 대부인 김대중 대통령 및 동교동계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정치개혁의 선결과제인 셈이다.

대선 전날 파국을 맞기는 했지만 노 당선자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규정한 정몽준 대표와의 공조합의 또한 시급히 매듭지어야 할 문제다. 특히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합의는 대통령 취임 후 1년2개월 뒤에 실시될 총선분위기와 맞물릴 경우 정치권을 혼미한 국면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

정 대표와의 공조과정에서 다소 방향을 틀어 지향점이 불분명한 경제정책과 대북정책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도 국민의 관심사다. 노 당선자는 여중생 치사사건으로 긴장이 조성된 한미관계 역시 이젠 대선 후보로서가 아니라 당선자로서 미국이라는 현실적 존재를 인정하면서 차분히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노 당선자는 변화에 대한 갈망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의 중심에 지역과 이념으로 찢기고 계층과 세대로 갈린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균열을 봉합해달라는 염원이 담겨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어떤 계층, 어떤 세대, 어떤 지역의 지지를 더 많이 받았든 득표율이 얼마든 관계없이 노 당선자는 모든 국민의 최고지도자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유권자에게도 굳은 표정을 풀고 ‘대화합(大和合)’과 ‘대탕평(大蕩平)’을 선언해 이들의 상심을 달래야 한다. 미래에 대한 꿈과 소망으로 전 국민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승자가 먼저 패자에게 손을 내밀어 대승적 정치의 새 장을 열어야 한다. 행여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인위적 정계개편을 추진하거나 패자를 핍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임기 5년은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일부 열광적 지지자들이 오히려 노 당선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임채청기자 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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