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국산로켓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9시 02분


1957년 10월 미국인들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것이다. 미국 사회는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에 빠질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2차대전이 끝난 지 12년 만에 첨단 과학기술의 상징인 인공위성 분야에서 소련에 뒤진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자극받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교육을 개혁하고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해 소련과의 과학기술 경쟁에 나섰다. 그후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해 닐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을 밟기까지는 12년이 걸렸다.

▷미국이 충격을 받은 것은 소련의 로켓기술. 미국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발사체인 로켓기술에서 앞섰다고 오판하고 있었다. 미국은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독일의 무서운 비밀병기였던 V2 로켓 계획의 기술자와 설비를 고스란히 손에 넣었기에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개발 중이던 뱅가드 위성보다 10배나 무거운 83.6㎏짜리 소련의 인공위성이 궤도에 올려졌으니 미국민은 놀랄 만도 했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은 2차대전 중 독일에서 처음 발명됐다. 1차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이 대포 등 재래식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되자 로켓을 개발한 것. 폰 브라운 박사 등 독일 과학자들은 중량 13t짜리 로켓을 성층권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함으로써 우주선의 탄생을 예고했다. 로켓 개발을 위해 무려 6만5000번이나 설계도를 다시 그렸다는 브라운 박사는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우주개발계획을 주도한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아이젠하워 연합군 사령관은 “만일 독일의 V2 로켓이 6개월만 먼저 나왔어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세계 각국은 첨단기술의 복합체인 로켓개발을 위해 지금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로켓이 평화적인 인공위성 발사뿐만 아니라 무기에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개발할 수도 없고 다른 나라에 기술을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올릴 수 있는 로켓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아직 7개국에 불과하다. 어제 주로 평화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액체추진 로켓이 국내 최초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1997년 항공우주연구원이 로켓 개발에 착수한 지 5년 만의 쾌거다. 길이 14m, 중량 6t짜리 로켓이 지상 42㎞ 높이까지 올라가 3분51초 동안 날아가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몇 달 전부터 서해안의 외진 발사장에 가서 준비했다고 한다. 2005년에 100㎏급 소형 과학위성을 우리 로켓으로 쏘아 올린다는 목표가 계획대로 진행되어 우주시대가 성큼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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