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빌딩입주자 매니저 유경옥씨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22분


빌딩 관리회사인 ‘KAA’의 유경옥 과장(36)이 하는 일은 다소 생소하다. 명함에 있는 공식 직함은 ‘Tenant Relations Manager’. 우리말로 풀이하면 빌딩 입주 고객 전담 매니저다.

“입주업체 내부 간판을 어떻게 달 것인가와 같은 자잘한 문제에서부터 건물주까지 나서야 하는 민감한 사안까지 처리하는 서비스업이에요.” 빌딩 입주자가 고객인 셈이다.

관리하는 빌딩은 서울 시내 9곳, 10만여평. 그중에서도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SFC)’에 정성을 쏟고 있다. 서울 강북을 대표하는 업무용 빌딩일 뿐 아니라 지상 30층짜리 대형 건물이기 때문.

입주업체 대부분이 다국적 기업인 만큼 관리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입주자를 일일이 만나 고충을 들어야 하고, 설문해 운영 계획을 짜야 한다.

한국에서는 유일한 ‘Tenant Relations Manager’임에도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는 건 특급 호텔에서 익힌 세련된 고객 응대 기술 덕분. 유 과장은 작년 초까지 리츠칼튼호텔 연회부에서 7년 동안 일했다. SFC 로비에 있는 해외 비즈니스 전문 여행사도 그의 아이디어. 호텔 로비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 기법에서 착안한 것이다.

월드컵이 열렸던 6월에는 SFC 앞에서 릴레이 콘서트도 열었다. 설이나 추석에는 입주자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이방인의 향수(鄕愁)를 달래 줄 대형 트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 과장이 하는 일은 결국 빌딩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연결된다. 근무하기 편한 환경이라면 임대료가 오르는 건 당연하다.

“빌딩이 하드웨어라면 입주자는 소프트웨어예요. 빌딩 자산가치를 극대화하는 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운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지요.”

스스로를 ‘식객(食客)을 챙기는 첨단 빌딩의 주막집 아줌마’라고 표현하는 그는 입주자 관리를 서구식 건물 관리(PM)로 발전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갖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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