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람보’ 문경은 잠에서 깨어나다

  • 입력 2002년 11월 5일 17시 48분


‘람보 슈터’ 문경은(1m90·SK 빅스·사진)은 2002∼2003애니콜 프로농구 개막 이후 마음고생이 컸다. 개막전부터 내리 4연패. 평소 신경이 둔하다고 해서 별명까지 ‘문띵’인 문경은이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얼굴에 웃음까지 사라졌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특유의 3점포가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4연패째를 당하던 2일 TG 엑써스전에서 그는 3점슛 5개 등 17점을 넣었다. 그러고도 졌다.

3일 KCC전에서도 문경은의 기록은 3점슛 수와 총 득점까지 TG 엑써스전과 똑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겼다. 무엇이 문제인가.

“KCC전을 앞두고 경은이에게 수비만 잘하면 업고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날은 정말 수비를 열심히 하더라구요.”

SK 빅스 유재학 감독의 말에서 문경은의 문제점을 읽을 수 있다. 바로 허술한 수비다. 그는 이날을 평소와는 달리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발 빠르고 슛 정확하기로 정평이 난 KCC의 추승균을 15점 이하로 묶었다. 공격에서 몇 골 더 넣는 것보다 훨씬 큰 역할이었다.

문경은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바로 팀에서 필요할 때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문경은은 이번 대회 들어 경기당 4개의 3점슛을 넣으며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문제는 이 3점슛이 언제 터지냐는 것. 4연패를 당할 동안 그의 득점은 대부분 이미 패배가 결정난 4쿼터에서 가장 많았다. 이는 야구에서 다 진 뒤에 홈런을 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러나 KCC전에선 달랐다. 그는 KCC가 추격전을 개시하던 2쿼터에서 연달아 3개의 3점슛을 터뜨려 쐐기를 박았다. 임근배 코치는 평소 입버릇처럼 “문경은이 초반 기선 싸움에서 득점을 해줘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있다”고 했는데 KCC전에선 그 주문대로 된 것.

결국 문경은의 과제는 수비 능력과 고비에서 장거리포를 때려줄 수 있는 배짱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KCC전은 그에게 이기는 방법을 제시한 경기라고 할 수 있다.

문경은은 부산아시아경기 7게임에서 51개의 3점슛을 쏘아 이 가운데 33개를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4.7개, 64%를 웃도는 놀라운 적중률이었다. 그는 아시아경기에서의 기막힌 슛감각이 문제였다고 털어놨다.

“아시아경기대회 때 발목도 좋지않아 하체 근력이 떨어져는 바람에 슛 폼이 정상적이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잘 들어가더라고요, 이게 계속 통할 줄 안게 잘못이지요.”

이제 컨디션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되겠다는 결의 또한 뜨겁다. 문경은의 변신을 지켜보자.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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