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동시호가 치고빠지기로 가격 조작”

  • 입력 2002년 10월 23일 17시 37분


최근 개정된 동시호가 때의 정보공개가 허수주문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투자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지만 불공정 매매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

거래소는 지난달 30일부터 시초가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주문 정보 가운데 △주문으로 본 가체결 주가와 체결수량 △최하위 매도가격 △최상위 매수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이전에는 매도와 매수의 총 주문량만 공개했었다.

그러나 거래소 홈페이지에는 “호가를 공개하다보니 허위로 높게 매수주문을 냈다가 시초가가 결정되기 직전 주문을 취소하는 등 허수주문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투자자는 “주식을 사기 위해 소신껏 주문을 내는 게 아니라 최상위 매수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내게 된다”며 “일부 종목의 경우 체결가격만 높여 놓고 계약 체결 직전 주문을 없애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가격조작이 쉬운 중소형주나 코스닥종목의 경우 임의로 가격을 변동시킬 수 있어 투자의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거래량이 적은 종목은 더 거래가 이뤄지지 않게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초가가 결정되기 전에는 매도 또는 매수 호가 10단계를 보여주지 않아 주문을 낼 때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 그러나 거래소는 “제도가 바뀌기 전에도 하루 평균 4% 정도의 종목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동시호가 때 주문가격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입장이 다르다. 체결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허수주문을 적발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것.

주식시장부의 한 관계자는 “주문 가격을 공개하지 않던 이전 동시호가에서는 전체 주문 가운데 30% 정도만이 체결됐지만 제도를 바꾼 뒤에는 35%로 높아졌다”며 “바뀐 제도가 허수주문도 더 잘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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