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옛 시 읽기의 즐거움´

  • 입력 2002년 10월 4일 17시 22분


◇옛 시 읽기의 즐거움/김풍기 지음/206쪽 9000원 아침이슬

‘푸른 물결 사이에서 고깃배로 즐기다가/ 바람 이슬 가득한 삼경, 취해서도 배 돌리질 않네/ 돌아가는 기러기 한 소리에 놀라서 잠을 깨니/ 찬기운 스민 갈대꽃에 활처럼 휜 달/ 이 또한 장쾌하지 아니한가’ (정약용, ‘이 또한 장쾌하지 아니한가’ 제 16수)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시에서 느껴지는 호방하고 장쾌한 기상. 혼자서 술을 마시지만, 이는 감성의 침체라기보다 천지자연과 마음을 맞대는 그의 방식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옛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한시 50여편에 깃들인 옛 선인들의 삶과 정취가 현대인의 냉담한 마음에 따스함을 전한다. 이 온기가 곁불 쬐는 것 같지 않고 마음 속에 쑥 들어오는 까닭은 옛 시를 우리의 일상사와 함께 엮어 내기 때문이다. 허공을 맴돌지 않는, 손에 잡히는 구름이기 때문이다.

한낮의 고적한 낮잠과 기대승(奇大升)의 시를 연결짓고,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있을 거라 위안을 삼는다는 고향 이야기를 하며 비슷한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 부휴 선수(浮休 善修)의 시를 읊는다. 한 인터넷 서점의 독자는 이 책에 별 다섯 개의 점수를 주면서, 시의 ‘맛깔스럽고 세심한 번역’을 칭찬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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