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스쿼시]“스쿼시 이젠 어떡하죠”

  • 입력 2002년 10월 3일 18시 18분


“이제 어떻게 하죠?” 3일 양산대에서 열린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스쿼시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진 이해경(27)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해경은 19명뿐인 대한체육회 추천 생활보조대상자.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생활보조대상자로 추천받은 선수에겐 매달 50만원씩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주부인 이해경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유명강사였다. 웬만한 스포츠센터엔 다 들어있는게 스쿼시. 한국 최고의 고수인 이해경에겐 월 수백만원의 수입이 보장됐다.

이해경이 편안한 고수입의 강사직을 내던지고 실업자가 되면서까지 지난해 7월 국가대표를 자청한 이유는 단 한가지. 자신이 ‘목숨을 건’ 스쿼시 종목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스쿼시는 전국체전에도 없는 종목. 아시아경기대회에선 98 방콕대회때부터 남녀 단식종목이 생겼지만 국내에선 푸대접을 받고 있다. 이해경은 고심 끝에 남편의 양해를 얻어 ‘순교자’의 심정으로 대표팀에 들어갔다.

방콕대회때 한국은 남녀 모두 예선에서 탈락했었다. 그러나 이해경이 가세한 새 대표팀은 지난해 부산아시아경기대회 프레게임과 올해 5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쉽에서 연이어 동메달을 따냈다. 이해경은 이번 대회에서 홈코트의 잇점을 감안해 은근히 은메달까지 탐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필이면 이날 만난 상대가 세계랭킹 1위이자 방콕대회 우승자인 데이비드 니콜 안(19·말레이지아)이었던 게 불운이었다. 어려운 여건으로 제대로 훈련을 하지못한 이해경은 3세트를 내리 내주며 주저앉았다.

“금이나 최소한 은메달을 따야 했는데… 이제 우리 스쿼시는 어떻하죠? 전국체전 정식종목은 물 건너 갔나요?” 이해경은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았다.

부산〓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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