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작은' 서장훈이 더 컸다?

  • 입력 2002년 10월 3일 17시 56분


“나보다 크군” ‘골리앗 대결’. 서장훈(왼쪽)이 리바운드볼을 잡아내기 위해 이명훈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산〓특별취재반
“나보다 크군” ‘골리앗 대결’. 서장훈(왼쪽)이 리바운드볼을 잡아내기 위해 이명훈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산〓특별취재반
국내 최장신 농구선수인 서장훈(28·2m7)이 그렇게 작아보일 수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북한의 이명훈(35·2m35) 옆에 서자 서장훈 머리가 겨우 이명훈 어깨에 닿았다. 그러나 농구가 어디 키 만으로 되는 것이던가. 아직 한창 때인 서장훈은 30대 중반의 이명훈보다 힘이 넘쳤고 기술 또한 한 수 위였다.

3일 부산 금정체육관에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남자 농구 준준리그. 9년만의 남북대결에서 서장훈은 1쿼터 28초만에 장대같은 이명훈을 앞에 두고 점프슛을 꽂았다. 한국의 첫 득점.

평소 몸놀림이 둔하다는 지적을 받던 서장훈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코트를 달렸고 스피드가 떨어지는 이명훈의 약점을 노려 과감한 골밑 돌파를 노렸다. 이명훈을 많이 뛰게 하면 그만큼 쉽게 지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이포스트까지 코트를 넓게 쓰는 꾀도 발휘했다.

이명훈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파리채 같은 긴 팔로 블록슛을 선보였고 공격이 막히면 외곽에 있는 동료에게 어시스트 기회를 내주는 피딩 능력까지 보여줬다. 루스볼을 잡기 위해 그 긴 몸이 코트를 뒹굴기까지 했다. 그는 경기 종료 11.1초전에 투핸드 덩크까지 터뜨려 관중의 박수를 받았다.

종료 버저가 울린 뒤 서장훈은 이명훈을 찾아가 우정어린 악수를 나눴다. 서장훈은 “엄청난 신장의 이명훈이 골밑에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이었다”며 “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오늘만큼 긴장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뛰는 동안 관중의 응원 구호를 들었으며 뜻깊은 게임에 뛸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서장훈은 34분29초를 뛰며 22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이명훈은 36분13초를 버티며 14점 3리바운드에 블록슛을 4개나 기록했다.

박제영 수원대 교수는 “북한팀은 1대1 공격에 의존하는 단순한 플레이를 펼쳤다”며 “이명훈은 체력 부담으로 몸싸움에서 밀렸다”고 말했다. 또 대한농구협회 박한 전무 역시 “이명훈이 뛰면 기동력이 떨어져 팀 전체의 박자가 잘 맞지 않지만 그의 수비 능력은 일품이었다”고 평가했다.

남과 북의 거인이 맞붙은 이날 체육관에는 5500명이 꽉 들어차 경기 시작 전부터 열기가 넘쳤다. 남북의 응원단은 돌림노래라도 하듯 “통일” “조국” “우리는” “하나다”를 연호하며 하나가 됐다. 짝짝이와 100여명의 북한 응원단은 구성진 ‘옹헤야’ 가락 속에 “우리 선수 이겨라”를 외쳤다.

한국팀은 전반을 4차례 동점 끝에 48-46으로 앞섰으나 후반 강압수비를 앞세워 북한의 주득점원 박천종(30점)을 봉쇄하며 101-85로 이겼다. 한국의 주포 문경은은 3점슛 6개 등 팀내 최다인 28점을 기록했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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