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정순문/경찰 내근줄여 치안에 배치를

  • 입력 2002년 9월 23일 19시 06분


이달 초 선산에 벌초하러 가는 길에 농촌 면소재지에 있는 파출소에 들른 적이 있었다. 마침 파출소장이 있기에 몇 명이 근무하느냐고 물었더니 총 7명이 2명씩 3부제로 근무한다는 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3부제로 2명이 근무하게 되면 파출소를 지키는 데 급급할 뿐 외근 경찰의 기본인 순찰이나 범죄예방은 기대할 수 없고 치안도 사후약방문격이 될 수밖에 없다.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파출소 경찰관 살해사건은 이러한 잘못된 치안시스템이 가져온 예고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발생장소가 대도시이고 추석 방범비상령이 내려진 가운데 치안의 거점이 피습되었으니 치안은커녕 제가(齊家)도 못한 꼴이 되었다.

국민의 정부 들어 경찰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시행됐는데 개혁 결과는 민생치안보다는 기득권 보호와 편의주의적인 발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획 부서를 축소, 통폐합해 남는 인력을 민생 치안분야에 집중 배치하지 않은 채 시행한 파출소 3부제 근무는 오히려 치안 역량을 약화시켰다. 지난 3년간 강력범 검거율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고 은행 강도, 부녀자 납치, 날치기 등에 이어 마침내 파출소마저 범죄의 표적이 되기에 이르렀다.

사무실에 있는 인력을 최대한 감축해 현장으로 보내는 한편 주간보다는 야간 취약시간대에 치안 역량을 집중해 범죄 분위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치안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이 민생치안을 확보하고 테러로부터 이 땅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임을 경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 순 문 전 전남지방경찰청 감식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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