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성홍/디지털 실크로드가 열린다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35분


아시아와 유럽은 인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양 대륙이다. 동양문화와 유럽문화는 서로 보완적인 것으로, 21세기에 인류 전체를 위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통한 양 대륙의 만남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1996년 태국 방콕에서 출범해 2000년 3차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장기적 발전의 틀을 공고히 한 ASEM은 아시아와 유럽의 연대,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의 정체성을 공식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5%, 교역의 54%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인 ASEM 지역의 발전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ASEM은 이미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에 크게 기여한 일이 있다. 아시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을 때 개최된 1998년 2차 런던 ASEM 정상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설득과 요청에 따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우리를 비롯한 아시아에 투자사절단을 보내고 아시아 협력기금 설치에 적극 기여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3차 서울 ASEM에서는 ASEM 협력의 3대 기둥의 하나인 정치대화가 가일층 활성화되고, 남북한간 화해 협력의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 왔다.

22일부터 24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4차 ASEM에서는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정상들이 ‘한반도 평화선언’을 채택해 우리의 대북 화해 협력 정책과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아시아와 유럽은 하나의 큰 대륙을 형성하고 있다. 9·18 남북한 철도연결 착공식은 그간 단절됐던 두 대륙의 역사를 새로 쓰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남북한 철도가 다시 이어지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가 ‘철의 실크로드’로 복원되면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유라시아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우리의 ‘철의 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지지와 발전에 대한 기대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철의 실크로드’에 이어 ASEM을 통해 또 하나의 실크로드를 열어 나가고 있다. 3차 서울 ASEM때 우리의 이니셔티브로 지난해 12월 개통한 ‘유라시아 초고속 정보통신망’(TEIN·Trans Eurasia Information Network)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디지털 실크로드’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21세기 정보혁명의 시대에 ‘e-유라시아’ 건설에 기여하고 있다. ‘철의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로 두 대륙을 하나로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이 연대해 인류 공영과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ASEM의 비전은 우리의 지평을 확대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ASEM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이 이어지는 길에 우리의 지혜와 외교역량을 투영시켜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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