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열의 '굿샷경영']남을 즐겁게 해주라

  • 입력 2002년 9월 15일 17시 17분


한국 사람들에게 연중 가장 바쁜 때가 두 번 있다. 한번은 가을 추석 명절이고 또 한번은 설 명절 때이다.

이때가 되면 접대와 선물을 챙겨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좋고도 나쁜 양면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과유불급야(過猶不及也)라는 옛말처럼 지나친 것이나 미치지 못하는 것은 모두 곤란하다.

홀 컵을 공략할 때 퍼팅한 공이 홀 컵을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면 실패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줄 때 즐겁고 받을 때 기쁜 접대와 선물에서도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도를 지나치거나 못 미치는 일이다. 좋은 의미의 접대와 선물도 과하면 문제를 일으켜 본의 아닌 누를 끼칠 수 있고 모자라면 결례가 될 수도 있다.

살다 보면 크든 작든 신세를 진 사람이나 앞으로 신세를 질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들에게 작으나마 자기 정성이 담긴 선물을 보내거나, 접대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접대하면 호화 술집에서 질펀하게 하루저녁 즐기는 것으로 알았는데 최근에는 건강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술대접보다 골프접대를 더 선호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골프 18홀은 접대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접대골프에서 상대에게 눈치채지 않게 져준다는 것은 이기고 싶어하는 상대방의 심리를 만족시켜 주는데 그 이상 좋은 것이 없다. 접대골프에서 일부러 져주고 있다는 걸 상대방이 알면 오히려 기분을 언짢게 하여 역효과일 수도 있다.

옛날에 바둑을 좋아하는 영감이 있었는데, 그 집 사랑방에는 팔도강산 내로라하는 바둑식객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명수들이 주인 영감과 바둑을 두고는 모두가 하루만에 쫓겨나는데 그중에서 한 바둑식객만은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올 때까지 쫓겨나지 않고 계속 식객노릇을 하며 바둑을 즐겼다.

쫓겨난 천하의 명수들이 그 비결을 물었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하는 말이 “한번은 이기고 두 번은 져주는 거지”라 말했다 한다. 인간에게는 ‘속는 줄 알면서도 속는다’는 공통의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골프접대도 해 보고 받아보기 바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까워지는 방법은 잠자리를 함께하거나, 식사를 함께하거나, 함께 목욕을 하는 것 등 3가지다. 이 3가지를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는 방법이 골프와 여행이다.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아 제일 먼저 MT를 보내는 것도 첫 직장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허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18홀 라운드가 끝나면 마지막 19홀의 간단한 맥주 한 컵이나 한두 잔의 소주가 곁들인 식사는 그 이상 정다울 수 없고 그 이상 보약일 수 없다. 그리고 집으로 갈 때 빈손으로 보내지 말고 간단한 선물을 상품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일요일 하루종일 식구들을 팽개치고 자기만 즐기고 돌아오는 남편이나 아버지라는 인상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고객관리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고 베푸는 일만큼 좋은 선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장홍열 전 경기지방공사 사장 hychang@kl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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