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SK 페르난데스 ‘물오른 방망이’

  • 입력 2002년 9월 1일 17시 41분


“기다려 달라.”

SK의 용병 호세 페르난데스(29·사진)가 시즌초 9경기에서 26타수 무안타로 헤매면서도 계속 자신감을 보였을 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부에선 ‘공갈포’라며 ‘조기 퇴출론’을 제기했고 SK 강병철 감독도 타들어가는 속을 붙잡고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대로 페르난데스는 점점 변했다. 4월말부터 방망이감을 잡더니 시즌을 치를수록 매서운 배팅실력을 보이기 시작해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달 31일 현재 타격성적은 타율 0.286에 33홈런 83타점. 어느팀의 중심타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적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장타력. 33홈런으로 삼성 이승엽(39개)에 이어 단독 2위에 올라 있다. 이승엽과 함께 홈런 경쟁을 벌이던 한화 송지만과 현대 심정수는 후반기에 주춤하고 있어 올시즌 홈런왕 레이스는 이승엽과 페르난데스의 2파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1m88, 88㎏의 당당한 체구를 지닌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타점 1위(114)와 홈런 2위(30개)에 올랐던 실력파. 스윙이 거친 게 흠이지만 일발장타의 능력은 상대투수를 기죽게 할 정도로 뛰어나다.

5월까지 8홈런에 그쳤던 그는 6,7월에 각각 7개를 날린뒤 지난달엔 11개의 홈런을 몰아치는 괴력을 보였다.

아직까진 삼성 이승엽이 6개차로 앞서고 있지만 페르난데스의 최근 타격페이스로 봤을 때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는 아무도 장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페르난데스는 “홈런 타이틀보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SK의 포스트시즌이 사실상 힘들다고 봤을 때 부담없이 홈런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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