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유망주]세계를 들 ‘여고생 역사’ 임정화

  • 입력 2002년 8월 30일 17시 53분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 역도의 희망 임정화(오른쪽)가 태릉선수촌에서 전병관 코치의 도움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여자 역도의 희망 임정화(오른쪽)가 태릉선수촌에서 전병관 코치의 도움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얍’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보기에도 힘든 바벨을 가볍게 들어올린다. 한번만 하는게 하니다. 100㎏이 넘는 바벨을 들었다놨다를 수없이 반복하니 이마에 어느새 구슬땀이 송송 맺힌다.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불과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 한국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엔 메달 획득을 위한 선수들의 땀냄새가 진하게 배어난다.

국가대표 중에서도 막내격인 임정화(16·대구서부공고1년). 역도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4년째이지만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세계 1위를 당당히 바라보는 ‘소녀장사’다.

임정화는 지난해 11월 전국중등부역도경기대회 53㎏급에서 인상 88㎏과 용상 108.5㎏을 가볍게 들어올려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그냥 신기록이 아니었다. 14년 11개월의 나이로 작성해서 한국역도역사상 최연소기록.

국내에 역도가 도입된 이후 중학생이 한국신기록을 작성하긴 임정화가 처음이다. 이전 최연소기록은 8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15년 5개월의 나이로 당시 전주고 1학년이던 ‘작은거인’ 전병관이 세웠었다.

임정화를 조련시키고 있는 코치가 바로 전병관. 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전병관은 임정화를 바라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정화는 큰일을 해낼거에요, 근력이 대단해서 또래 남자선수보다도 힘이 세요, 이번 아시아경기 때도 당연히 금메달을 목에 걸어야죠,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하는 일만 남았어요.”

얌전하고 말 아끼기로 소문난 전병관 코치이지만 임정화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

여자역도는 아시아가 세계최강. 아시아 랭킹 1∼4위가 그대로 세계 랭킹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1위 성적이 인상 95㎏ 용상 115㎏. 임정화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록은 인상 90㎏, 용상 112.5㎏으로 인상 5㎏, 용상 2.5㎏이 부족하다. 하지만 여고1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차이는 언제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게 전병관코치의 설명이다.

임정화는 1m50의 단신이다. 초등학교 때 육상 단거리를 했는데 키가 자라지 않아 포기를 했다. 그래서 시작한게 역도. 아직도 그가 가지고 있는 80m 달리기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단다.

타고난 순발력 덕택에 선자세에서 바벨을 들어올리는 동작(스내치)은 남자선수들보다도 뛰어나다. 대표팀에 들어와 바벨을 들었을 때 허리와 무릎이 구부정해지는 자세를 교정한 뒤로 성적이 쑥쑥 오르고 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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