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 ‘신당싸움’ 국민은 피곤하다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0분


지금 신당창당을 둘러싸고 벌이는 민주당 집안싸움의 큰 원인은 기본적으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이인제(李仁濟) 의원 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 노 후보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재신임’ ‘재경선’ 과정을 밟겠다고 스스로 공언하고도 그 정신을 실천하지 않고 있고 이 의원측은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도 없는 노 후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결국 당 내분을 부르는 부메랑으로 작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경선에서 패한 이 의원이 노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며 탈당불사를 외치는 것은 또 한번의 경선불복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노 후보도 경선 후 신중하지 못한 발언과 행동으로 여론의 지지를 잃고 당의 단합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다.

어제 열린 민주당의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는 이런 두 사람간의 기세싸움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이 의원측은 ‘노 후보의 선사퇴 없는 신당은 의미가 없다’고 노 후보를 압박했고, 노 후보측은 ‘떠나려면 빨리 떠나라’고 맞서 합리적 절충을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이런 가운데 안동선(安東善) 의원이 탈당선언까지 했으니 당초 목표였던 거대 신당은커녕 오히려 분당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것이 지방선거와 재·보선 패배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던 민주당이 할 일인가. 선거에 질 때마다 흔들리고 내분이 그치지 않는 정당에 국민이 어떤 감정을 가질지 궁금하다. 양대 정당의 구도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처럼 분당 위기까지 보이는 것은 정치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정당은 이념과 노선이 같은 정치인들이 모여 정치발전과 국가장래를 위해 힘을 기울이는 집단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정당의 존립목적부터 잊은 듯하다. 민주당은 어떤 형태로든 하루빨리 신당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 더 이상 국민을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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