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두산 '한여름 악몽' 깨라

  • 입력 2002년 8월 1일 18시 26분


김인식감독
김인식감독
‘곰’이 더위를 먹었나 보다. 우직하고 씩씩한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적을 만나면 고개를 숙이고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챔피언 두산 베어스. 올시즌 전반기까지만 해도 잘 나가며 2연속 우승을 꿈꾸던 두산이 후반기부터 추락하기 시작해 9연패의 나락에 빠졌다. 단독 2위로 선두 기아를 추격하다 이젠 삼성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처진 신세가 됐다. 자칫 3위 수성도 어려울 지경이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두산은 투타에 걸쳐 극심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9경기 팀타율이 0.245, 팀평균자책이 5.38이다. 전반기까지 팀타율이 0.274, 팀평균자책이 3.43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헤매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먼저 마운드가 흔들리고 있다. 에이스들이 제몫을 못해주며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12승으로 다승 공동선두를 달리는 게리 레스가 지난달 30일 LG전에 등판해 무너졌다. 어깨부상으로 10일 만에 등판해 로테이션 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또 제2선발 박명환도 후반기들어 세번 등판해 뭇매를 맞고 모두 패전의 멍에를 썼다. 철벽 마무리 진필중도 지난달 24일 SK전에 등판해 패전투수가 되는 등 ‘불지르는 소방수’란 오명을 얻는 등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방망이도 나을 바 없다. 터져줘야 할 때 터지지 않는 방망이는 쓸모 없는 법. 한방이 필요할 때 중심타선인 심재학과 우즈는 번번이 헛방망이질이다.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6경기 타율을 보면 김동주만이 0.348로 제몫을 해줄 뿐 대부분이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지명대타인 우즈는 6경기 타율이 0.143으로 바닥을 기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산이 연패의 터널에 빠져든 게 김인식 감독이 부산아시아경기 야구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것과 비슷한 시기다. 지난달 22일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자마자 24일부터 7연패를 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호사다마’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은 “아시아경기 대표팀과는 전혀 상관없다. 야구란 안 되는 때가 있다. 지금이 그때다. 이럴 때 승리에 집착하면 더 안 되는 법이다. 차분히 분위기가 살아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라며 짐짓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더위먹은 곰. 과연 언제나 다시 생기를 띠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인가.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