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대기업 총수들도 ‘보통사람’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22분


대기업의 총수라고 하면 흔히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으리으리한 저택에 외제 가구, 호화로운 식단, 해외 명품 의류….

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 총수들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검소하게 살고 있다.

물론 보통 사람들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통상적인 ‘재력가’나 졸부에 비해 단출한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2세에게도 절약을 강조하곤 한다.

▽찌개를 좋아하는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회장은 어떤 음식보다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특히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자주 즐기며 신 김치도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식을 할 때는 주로 신라호텔을 찾지만 가끔씩 온 가족과 함께 서울 강남의 이탈리아 식당 등에서 양식을 즐기기도 한다. 간식으로는 학창시절의 추억이 담긴 곰보빵, 단팥빵, 크림빵 등을 즐겨 먹는다.

이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아래쪽에 있는 150평 규모의 2층 저택에 아들 재용(在鎔·삼성전자 상무보)씨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 외에는 주로 더블 콤비 스타일을 즐기는 편이며 가끔씩 잠바 차림으로 직원들 앞에 나서기도 한다. 캐주얼 의류는 주로 제일모직에서 구입하며 정장은 서울 시내 양복점에서 제일모직 양복감으로 맞춰 입는다.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씩 가족들과 극장을 찾기도 하지만 집에서 역사물 비디오나 드라마도 즐겨 본다. 특히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는 가리지 않고 볼 정도로 관심이 높다.

▽소탈한 구본무(具本茂) LG 회장〓구 회장은 근검절약 정신을 유독 강조한다. LG구조조정본부 유원 부장은 “구 회장은 자녀들에게도 약속을 잘 지킬 것과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구 회장은 식성이 좋아 음식을 가리지 않기로 유명한데 특히 묵은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를 즐겨 먹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수제비집과 혜화동의 칼국수집 등은 구 회장이 가끔씩 찾는 곳. 10년째 살고 있는 한남동 자택은 80평형대 단층 양옥이며 내부도 특별한 장식품 없이 화이트 톤으로 마감돼 있어 깔끔하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정원에는 소나무와 단풍나무 몇 그루와 원추리 등의 자생(自生) 꽃만 있을 뿐이다.

옷은 짙은 회색과 감색 계열의 싱글 정장을 자주 입지만 주말에는 콤비를 입기도 한다. 양복은 LG패션 매장에서 기성복을 구입해 입는다. 캐주얼 의류는 주로 LG패션의 닥스 제품을 애용한다.

가끔씩은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를 찾아 음악공연 등을 관람하거나 프로야구 LG트윈스팀을 응원하기 위해 잠실야구장을 찾기도 한다.

▽요리하는 미식가 박용오(朴容旿) 두산 회장〓박 회장은 재계 최고의 미식가이며 요리사로 이름나 있다. 항상 고추장과 김치를 자동차에 싣고 다니며 즉석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다. 그가 직접 만든 곰탕과 간장게장은 이미 일품요리로 재계에 정평이 나 있을 정도. 그 스스로도 “요리할 줄 모르는 자는 미식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박 회장은 당초 2층 저택에 살았지만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뒤 4년 전부터 서울 성북동 ‘성북 빌하우스’ 빌라에 살고 있다. 집 내부는 비교적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양복은 조선호텔 CK양복점에서 맞추며 캐주얼 의류는 두산이 생산하는 폴로 랄프로렌 제품을 자주 입는다. 그는 평소 줄무늬가 있는 더블 정장을 즐겨 입는데 1999년에는 한국 양복자협회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말이면 손자들과 함께 모형 비행기 날리는 것을 즐기며, 집에서는 DVD로 영화를 자주 본다.

▽멋쟁이 신사 손길승(孫吉丞) SK 회장〓ROTC 출신인 손 회장은 SK 입사 이후에도 생산 현장 근무경험이 많아 음식도 ‘야전(野戰) 스타일’을 즐긴다. 잘 차려진 성찬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 것. 최근에는 기(氣) 수련을 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수제비나 곰탕 등을 자주 먹고 있다. 만찬은 주로 중식당을 이용하는 편.

손 회장은 복장과 관련해 비교적 자유로운 생각을 갖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편안한 캐주얼 스타일로 근무하며 회의시간에도 편안한 차림을 좋아한다.

손 회장은 공연을 자주 관람하는데 최근에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난타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젊게 사는 총수, 이웅열(李雄烈) 코오롱 회장〓이 회장은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코오롱 전 계열사 직원들이 캐주얼 차림으로 일하는 것도 형식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그래서 그도 정장보다는 청바지나 티셔츠 등의 캐주얼 의류를 즐긴다.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 가끔씩 명품을 구입해 임직원에게 선물하기도 한다고.

음식은 전통 한식을 좋아하는데 특히 맵고 짠 음식을 선호해 낙지볶음, 감자탕 등을 자주 먹는다. 일이 많은 날에는 사무실에서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시켜 먹기도 한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자택은 부친 이동찬(李東燦) 명예회장과 한 필지에 붙어 있어 울타리 없이 한집처럼 지내고 있다. 나무가 많고 주변에 무성한 숲이 있는 것이 특징.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대기업 총수들의 생활
항목이건희구본무손길승박용오이웅열
자택주소(서울)용산구 한남동용산구 한남동서초구 서초동성북구 성북동성북구 성북동
형태2층 양옥(150평)단층 양옥(80평)삼호아파트(40평)빌라(90형)2층 양옥(60평)
특징미술품으로세련된 분위기소탈한 분위기아담한 정원편안하고 실용적인 분위기소박한 인테리어모던한 분위기미술품으로 장식
음식좋아하는음식김치 된장찌개일식과 중식류김치찌개곰탕, 수제비회, 광둥식 요리김치류, 간장게장낙지볶음, 자장면칼국수, 감자탕
자주 가는식당신라호텔,시내 고기집여의도LG트윈타워송로, 도리원없음경스시, 우래옥,이남장과천 사옥 이전 이후단골집은 없음
의복정장더블 콤비감색 계열의 싱글캐주얼 정장줄무늬 더블캐주얼 정장
캐주얼제일모직 제품LG패션의 닥스SK글로벌의 카스피폴로 랄프로렌FnC코오롱의 엘로드
문화생활신기술·역사다큐멘터리 시청음악 공연, LG트윈스 경기 관람오페라 등 공연 관람DVD 시청미술전시회 영화감상해외신간 독서
자료:각 사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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