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日 ˝北이 왜 이때…˝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29분


30일자 일본 신문들의 1면은 마치 한국 신문을 보는 것 같았다. 한국 신문과 똑같이 머리기사는 남북간의 서해교전, 그 다음 기사는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 4위전 결과를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해교전은 일본도 복잡한 심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 하필이면 월드컵기간 중에 북한이 이런 도발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축제 중에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는 경계심이 다시 일고 있다. 예측불가능한 북한체제에 대한 실망감도 숨기지 않는다. ‘한국의 태양정책은 파탄됐다’고 보도한 신문도 있었다.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일본에서도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이다. 한반도를 향해 세운 안테나는 쉬는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쉬지 않는다. 자위대는 즉각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98년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한 발이 일본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졌을 때도 일본 신문들은 “일본이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일본에서는 이번 사태가 북-미대화에 장애물이 되고 어렵사리 재개한 북-일 적십자회담에도 지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북-일 적십자회담이 지장을 받는다는 것은 북-일 수교교섭도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일본으로서는 처음부터 다시 대화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늘 그렇듯이 북한에 대한 일본의 불신감만 깊어진다.

월드컵기간 중 일본은 한국팀의 선전과 ‘붉은 악마’의 조국애, 질서 의식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냈다. 한국이 3, 4위전까지 치름으로써 월드컵 분위기를 폐막식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것도 공동개최국 일본에는 큰 도움이 됐다. 월드컵을 통해 잠시나마 ‘과거사’ 문제에서 벗어나 양국이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었다.

서해교전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역시 한일 양국만 친해서는 동북아의 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의 도발은 축제가 끝난 양국을 우울하고 폭력적인 현실로 다시 밀어넣고 있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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