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월드컵이 바꾼 시민생활

21일부터 준준결승전이 시작됐다. 일본은 비록 8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아버지의 귀가시간이 빨라졌다." "가족간의 단란한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신문 가족면에 보내온 독자편지 및 e메일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월드컵이 우리 실생활에 미친 영향을 조사해 봤다.

▼응원

'유니폼 입고 TV앞에서 응원' '아이들은 페이스 페인팅'

e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와같은 응답이 많았다.

응원도구와 일본대표 유니폼이 날개돋친 듯 팔렸고 얼굴에 국기 등을 그리는 페이스 페인팅도 유행이다. 물로 지워지는 크레용 '미스터 칼라'의 5월 출하량은 4월에 비해 2배 증가했다. 파일럿이 4월 발매한 '스포츠 페인터'가 이미 매진된 상점도 있다.

▼머리손질

선수들의 머리모양도 관심거리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잉글랜드 베컴선수 머리스타일이다. FM방송국 'TOKYO FM' 프로그램이 21일까지 실시한 헤어컷 서비스 '베컴으로 변신시켜 드립니다!'에는 평일 낮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머리카락을 손질한 뷰토리엄 아오모리점의 시미지씨는 "대회 개막후 축구선수처럼 헤어스타일을 해 달라는 주문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미용실을 찾는 고객 중 절반이 '베컴 스타일'을 요구하고 있다. 이나모토와 나카타의 헤어스타일도 인기다.

▼먹고 마시기

"우리 회사에선 일이 없으면 맥주를 마시면서 응원을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월드컵기간중 세븐일레븐에선 맥주, 안주, 스낵과자가 가장 잘 팔린다. 매출이 30~40% 늘어난 곳도 있다.

수입맥주도 잘 팔리고 있다. 수입업체인 삿포로 맥주는 아일랜드산 킬케니의 수요가 평상시보다 2배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킬케니의 판매고가 예상치를 웃돌아 최근 5만개를 긴급 수입했다.

아사히 맥주는 미국의 미라스페셜, 독일의 레벤브로이, 영국의 바스헬엘을 판매하고 있다. 세나라 모두 16강에 진출하면서 6월 판매량은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각각 15%, 30%, 60% 증가했다.

▼관광

응원차 일본을 찾은 외국인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버스투어. 영어로 안내하는 이 투어의 승객수는 지난 1일부터 10일간 작년 동기 40% 증가했다. 유니폼을 입은 고객이 많아졌고, 오전보다는 오후코스에 관광객들이 몰린다. 아마 밤늦도록 축구열기에 취해 밤잠을 설친 탓일 것이다. 도쿄타워와 아사쿠사를 도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좋다.

오사카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USJ)의 홍보담당자는 "작년에 비해 관람객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 94년 미국대회때 미국 스튜디오의 입장객수가 줄어든 것과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아 지금이 이 곳을 찾을 기회" 라는 홍보도 잊지 않았다.

▼수도

'화장실 참기' '저녁식사와 목욕시간을 조정하며 TV관전하기'

일본전이 있는 날 물사용량을 보면 전반초반 사용량이 급감하며 하프타임때 급상승 했다. 마찬가지로 후반이 시작되면 다시 내려가고 경기가 끝난후엔 오른다.

도쿄 수도국은 도내 약 530만세대의 배수량을 5분마다 조사해 발표한 결과, 터키전이 있었던 18일에는 시합개시전인 오후3시에는 17만㎤였는데 4시15분에는 14만2000㎤. 하프타임인 4시 20분에는 20만3000㎤까지 올랐다. 증가분 모두가 화장실 사용량이라 가정한다면 5분간 약 51만명이 화장실을 이용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티켓예약을 위한 전화가 쇄도했던 NTT도꼬모는 통화규제로 시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아사히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