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고 나서]'월드컵 열풍' 출판계도 새지평 열리길

  • 입력 2002년 6월 21일 19시 12분


가끔, 독자들로부터 ‘책 소개가 신문에 실리면 돈을 얼마 내야 하느냐’는 전화를 받습니다. 저는 ‘내지 않으셔도 된다’고 전화를 끊으면서 씨익 한번 웃다가도 순간, 책 서평을 단순히 광고처럼 쓰는 것 아니냐는 질책같아 부끄러워 지기도 합니다.

또 한켠으로, 저는 요즘, 출판사들 ‘참 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책만 잘 내면, 따로 광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신문 방송에서 경쟁적으로 소개하고 눈밝은 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또 열심히 사들이니,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월드컵 열기로 좀 죽긴 했지만, 바야흐로 ‘책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즐거운 비명들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저같은 사람들의 고민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열심히 본다 본다했는데 놓친 책들은 없었는지, 겉과 속이 다른 책들에 속아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일은 없었는지, 매주 ‘책의 향기’ 마감을 끝내고 나면 쌓였던 피로와 함께 몰려오는 아쉬움이 늘 묵직한게 사실입니다.

이번주 역시, 축구 열풍 때문에 신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지난 주에 말씀드렸듯, 최대한 ‘시의성’이라는 컨셉에 맞춰 1면에 ‘승자의 사고법’을 골랐습니다. 깊이있는 책이라기보다, 가벼운 읽을꺼리여서 구성이 다소 산만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포츠 저널 분야에도 이같은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월드컵 열풍을 계기로 우리 출판계에도 새로운 지평이 열리리라 기대가 됩니다. 언젠가 한국식 승자의 사고법을 다룬 책이 나오겠지요.

히딩크 열풍이 출판가에도 거셉니다. 대부분 시류에 편승한 편집이긴 하지만, 그의 어록, 감독 취임후 500여일간의 생활, 선수관리법 등 다양한 주제들의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축구를 통해 보여 준 전략가, 조직 전문가로서의 면모가 변화와 개혁을 꿈꾸는 리더들에게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이제, 축제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축제가 끝나면 우리의 삶은 무엇이 어떻게 바뀔까요? .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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