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미모’ 보다 내실

  • 입력 2002년 6월 16일 20시 11분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에는 주인공 카추사가 귀족인 네프류도프의 청혼을 뿌리치고 청년 혁명가인 시몬손을 따라 시베리아로 유형(流刑)을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귀족의 부인으로서 안락한 삶을 사는 것보다 옳다고 믿는 일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젊은이에게 더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은 지성미, 심성미, 외면미 등 3박자가 골고루 갖춰져야 매력이 있다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꿰뚫어볼 정도로 식견을 갖추고 있으면서 지하도에 웅크리고 새우잠을 자는 홈리스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내줄 수 있는 마음씨를 갖고 보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으면 주위에 사람이 모여든다.

로마의 카이사르 황제를 사로잡았던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매부리코에 큰 입을 갖고 있어 현대적 기준으로 볼 때 미인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녀의 매력은 그리스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지성을 갖추었고 당시 약소국이었던 이집트를 열강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심성이 있었다는 점.

향기 좋은 꽃에는 벌과 나비가 끊임없이 몰려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꽃에 향기가 없어지고 시들면 벌과 나비는 모두 떠난다. 해마다 연말이면 인기가수와 배우를 뽑아 상을 주지만 매년 주인공이 바뀐다. 철석같이 믿었던 애인이 배신했다고 속병만 앓기보다 혹시 자신이 매력을 잃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

세 가지 매력을 갖춘 주식은 투자자의 사랑을 흠뻑 받는다. 해마다 매출과 이익이 두 자릿수로 늘어나고 배당도 많이 해줄 정도로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동물이 되기보다 임직원과 고객 및 주변환경을 더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며 기업의 모습 그대로를 투명하게 내보이는 투자홍보(IR)로 치장도 잘하는 주식이 잘 나간다.

문제는 3박자를 모두 갖춘 사람과 주식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뽑는 500대 기업 가운데 1965∼95년 중에 이익을 지속적으로 늘린 곳은 11개에 그쳤다. 한국에서도 40여년에 불과한 짧은 증시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우량기업’들이 부도를 내고 없어졌다.

그럴듯한 이벤트만 잔뜩 만들어 떠들썩하게 홍보하려는 기업은 경계해야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좋은 주식을 찾아내 뜨겁게 사랑하면 수익은 절로 생길 것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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