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한나라-민주 원색공방 점입가경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42분


“제가 시정잡배면 한나라당 모씨는 양아치입니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새천년민주당이 아니라 ‘미친년 민주당’이다.”(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상대를 향한 험구(險口)가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민주당 노 후보는 31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조선일보를 격렬히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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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이회창 후보 말말

노 후보는 먼저 한나라당이 선거전에서 민주당과 정부를 ‘부정부패 정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 돌을 던져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는 “세풍 안풍 북풍 총풍 노풍 중에서 좋은 ‘풍’은 노풍뿐이고 나머지는 ‘부정부패 풍’인데 이 ‘풍’에서 이회창 후보가 한다리 안 걸친 풍이 있느냐”고 말했다.

노 후보는 최근 자신의 ‘깽판’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과 일부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했다.

그는 “이 후보가 우리나라 인사정책을 보고 ‘망나니 같은 인사정책으로 이런 놈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저주했는데 한국정치를 그야말로 ‘깽판’ 놓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조선일보를 향해 “수만평 사과밭에서 썩은 사과 하나를 딱 주워와 ‘이 과수원 사과는 다 썩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진실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군사정권과 결탁해 뒷돈을 챙겼다”고 말한 뒤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 사실상 ‘조-한 동맹’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또 이회창 후보가 얼마 전 여자고등학교에서 ‘빠순이’라는 말을 쓴 사실을 상기시킨 뒤 “‘빠순이’는 고상한 말이고 ‘깽판’은 비속어냐. 이회창이 하면 괜찮고 노무현이 하면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거친 어법을 고치겠다고 공언하더니 불과 하루만에 욕설병이 도진 모양이다”며 노 후보를 향해 다시 ‘시정잡배’라는 표현을 썼다.

한편 이규택 총무는 이날 선대위회의 도중 새천년민주당을 ‘미친년 민주당’이라고 불렀다. 회의에서 남 대변인이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우리당 이회창 후보를 ‘세계적 왕도둑’이라고 했고,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은 이 후보의 며느리를 ‘강남의 유한족’이라고 했다”고 보고하자, 이 총무가 “새천년 미친당이구만, 미친년 당이야”라고 말한 것.

다른 당직자들이 “한 글자(년)만 빼고 말하라”며 이 총무를 제지하기도 했다. 이 총무는 파문이 커지자 기자실로 찾아와 “민주당이 이 후보의 며느리를 비방했다는 말에 흥분해 얼떨결에 그랬을 뿐 진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시흥〓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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