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욕망-도덕사이 줄타기 '일부일처제의 신화'

  • 입력 2002년 5월 31일 17시 54분


일부일처제의 신화/ 데이비드 버래쉬 지음 이한음 옮김/ 372쪽 1만2000원 해냄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일부일처제를 ‘인간의 모든 혼인제도 중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생물학자인 저자들은 곤충 조류 파충류 포유류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 결과를 통해 욕망과 도덕사이에 놓인 일부일처제의 신화를 벗겨 낸다.

‘여러 상대를 원하는 성욕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본능이므로 일부일처제는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제도’라는 것이 기본 전제다. 다만 제도를 유지하려는 인간 사회의 필요와 여러 성적 상대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상충할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DNA 지문분석등 최신 연구 결과 자연의 짝짓기에서 일부일처형은 드물고 그나마 평생 부부로 해로하는 것처럼 보였던 새들도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재미있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은 바람을 피우면서도 배우자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려 하며 암컷은 자신의 수컷 짝보다 우월한 수컷에게는 언제든지 한눈을 팔 준비가 돼 있다는 것. (물론 자연의 도덕과 인간의 도덕은 다르다.)

저자들은 ‘일부일처제는 안정적인 대규모 사회단위를 확립하기 위해 남성들간에 체결된 남성 1명당 여성 1명이라는 평등계약 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이처럼 암묵적인 남성들간 ‘번식계약’을 절대적인 것으로 믿고 사랑이라는 정신적 문제와 성(性)이라는 육체적 문제를 부부라는 틀 안에서만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기에 양심과 도덕이라는 룰까지 끌어다 붙여 놓은, 이것이 바로 일부일처제의 신화라고 말한다.

이처럼 일부일처제는 욕망과 어긋나는 허점 투성이 이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가 추구해야할 제도는 일부일처제 뿐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제도의 본질을 이해한 후 다시 시작하는 일부일처제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결국, 완벽하게 맞물리는 좋은 일부일처 배우자 관계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나 뭐라나.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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