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가 담배 피우지 말라면…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43분


담배회사가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악어의 눈물’과 같은 위선으로 받아들여진 탓일까.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3년 동안 청소년을 상대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TV광고를 내보냈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의 금연재단인 미국유산재단(American Legacy Foundation)이 29일 주장했다.

이 재단은 12∼17세 청소년 9000여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이 재단이 제작한 금연 광고 ‘진실’편과 필립 모리스의 광고 ‘흡연하기 전 다시 생각하라’편을 분리 시청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재단의 광고를 본 비흡연 10대들은 앞으로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으나 필립 모리스 광고를 접한 그룹은 반대로 담배를 피우게 될 것 같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재단측은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공중보건저널 6월호에 게재됐다.

이에 대해 필립 모리스는 억울한 표정.

필립 모리스는 98년부터 심리학박사인 캐롤린 레비를 팀장으로 담배판촉요원들도 포함된 16명의 청소년 금연 캠페인팀을 구성, TV광고를 잇달아 제작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팀이 3년 간 1만1000여명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벌이면서 효과에 따라 TV광고내용도 공들여 수정해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회사의 마이클 자이만크직 미국담당사장은 “우리는 아이들이 흡연하는 걸 정말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윌리엄 코 미국유산재단의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필립 모리스든 다른 담배회사든간에 그저 우리 아이들로부터 손을 떼거나 아니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담배 광고 자체를 중단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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