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주5일근무'를 주시한다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40분


은행권 노사가 7월부터 주5일근무제 실시에 합의했다. 은행들이 토요일을 쉴 경우 금융거래관행과 경제활동 전반에 예상치 못한 파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융거래가 많은 기업들을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서 토요휴무를 요구하는 소리도 커질 것이다.

주5일 근무는 중국 등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뒤지는 나라들도 실시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추세이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도 원칙적으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올해 안에 꼭 시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만큼 기왕 하려면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은행들은 토요휴무를 하더라도 자동화기기나 인터넷뱅킹을 사용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공과금 납부나 어음 수표의 교환 결제업무는 7월 이전에 보완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령층이나 지방의 경우 자동화기기에 덜 익숙한 데다 자동화기기는 과거 각종 고장과 사고가 빈발했던 점에 비추어 은행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기업담당 부서는 토요일에도 출근한다지만 과연 지금처럼 업무가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수출 등 기업활동의 차질도 걱정거리다.

문제는 이번 은행노사가 합의한 수준의 주5일근무제를 실시할 만한 능력이 없는 기업들이다. 금융기관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서비스업종에 인력을 빼앗기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인력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에 대한 배려 없이 주5일근무제를 밀어붙인다면 노사분규 등 부작용만 초래될 뿐이다.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경제계 일각의 우려 속에서 정부의 권장에 고무된 은행들이 앞장서 도입을 결정함에 따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기업들은 은행의 주5일근무제 성패를 주시하고 있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달여의 남은 기간 동안 철저한 준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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