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011공룡’ 통신시장 장악 우려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11분


정부보유 KT 지분 매각을 위한 청약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기업의 참여로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에 따라 1987년 KT 민영화작업이 시작된 뒤 15년 만에 KT의 완전민영화가 이뤄지게 됐다.

그러나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 교환사채(EB)를 포함해 9.27%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떠오른 반면 삼성은 취득 가능 한도가 EB 0.70%에 그쳐 정부가 당초 희망한 주요 기업간의 ‘황금분할’은 이뤄지지 못했다.

▽KT의 최대주주로 떠오른 SK텔레콤〓SK텔레콤은 청약 마지막 날인 18일 전략적 투자가(대기업)용 배정물량 5%를 모두 써내는 ‘기습작전’을 통해 KT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은 20일 EB 청약에는 최대한도보다 낮은 5.49%의 물량을 신청해 KT 지분 9.27%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KT의 대주주로 부상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통신시장의 지배력 집중과 향후 SK텔레콤의 KT 인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의 대규모 청약으로 기관투자가로 분류된 삼성생명과 효성 등은 단 한 주도 받지 못하게 됐다.

특히 삼성은 삼성전자 대신 삼성생명을 내세워 청약에 참여한 전략이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당분간 전문경영진 체제 유지될 듯〓SK텔레콤이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이사진에서 제외되는 등 각종 제약규정이 많아 현실적으로 경영권 행사는 어렵다. 이에 따라 KT는 당분간 이상철(李相哲) 현 사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진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당초 지분 3% 이상의 전략적 투자가 2, 3개사를 대상으로 KT 사외이사 추천권을 줄 계획이었다. 이는 EB를 포함해 삼성, LG, SK 등 3대그룹이 어느 정도씩 지분을 나눠 가진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이번 청약 결과 3% 이상 투자가는 SK텔레콤이 유일하고 이 회사는 KT의 경쟁업체인 점 때문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정보통신부는 이에 따라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사외이사 추천권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원기 정통부 통신업무과장은 “전략적 투자가를 우대하기로 한 정신을 살려 지분 3% 미만 기업에 대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영화를 위한 향후 일정〓KT는 정부보유 KT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기존 주주명부 폐쇄와 정관개정 등의 절차를 거쳐 7월 주주총회에서 민영화관련 안건을 의결, 명실상부한 민간기업으로 태어나게 된다.

82년 1월 체신부(현 정통부)의 전화사업 담당 부서가 떨어져 나와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설립돼 오늘에 이른 KT가 공기업의 틀을 벗고 민간기업으로 해외 유수 통신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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