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강남아파트 두달째 '매매 가뭄'

  • 입력 2002년 5월 19일 17시 46분


《“전멸했다는 표현이 맞아요. 한 달에 한 건도 거래가 안돼요.”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단절 상태다. 찾는 이도 없고 물건도 안 나온다.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작년이나 2000년과 비교하면 너무 심하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여름방학 이사 수요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7월을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으로 꼽고 있다.》

▽팔 물건도 안 나온다〓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동면(冬眠)’에 들어간 건 4월부터. 유니에셋 조사에 따르면 매주 2%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던 강남 아파트값이 4월부터 0.5%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가격이 지지부진한 보합세를 보이는 이유는 매수세가 사라졌기 때문. 강남구 대치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사려는 이가 전혀 없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세청 기준시가가 큰 폭으로 오른 데다 정부가 예상보다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은행이 중개업자를 대상으로 매달 실시하는 ‘매도 및 매수 동향’에서 지난달 집을 사려는 사람은 전체 거래 참가자의 11.7%로 2월 43.2%, 3월 12.9%에 이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집을 팔겠다는 매도 희망자마저 찾기 어려운 게 강남 주택시장의 특징. 강남구 역삼동 ERA공인 관계자는 “매수자가 줄어든 것은 당연하지만 매도자도 없는 게 이상하다”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면 투기성 수요에 의해 구입한 아파트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강남권 거주자 대부분이 단기차익을 노리기보다는 탄탄한 실수요층이라는 추측이다. 이는 가격 보합세와 거래단절 상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중개업소에서는 사려는 사람은 ‘값이 너무 올랐다’는 경계심리가, 팔려는 사람은 ‘작년과 같은 상승세가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거래가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500만원의 줄다리기〓반면 일부 재건축 대상 단지는 500만원만 낮게 나온 급매물이 있으면 금세 매수세가 따라 붙는다.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여전히 잠복해 있다는 것.

송파구 잠실동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지난주에 잠실 주공아파트 4개 단지별로 10여건씩 거래가 있었다”며 “대상은 시세보다 500만∼1000만원 낮은 값에 나온 급매물이었다”고 전했다.

잠실 4단지 17평형은 지난주 초 4억200만∼4억3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이 가격대에 나온 매물을 찾기 어렵다. 한 차례 거래가 일면서 급매물이 소진된 탓이다.

김 사장은 “가격이 조금만 낮게 나와도 게눈 감추듯 매물이 팔려나간다”며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여전히 민감한 투자종목으로 꼽히고 있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향은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도 마찬가지. 개포 5단지 통일공인 이성기 사장은 “값이 조금만 내려도 갑자기 투자자들이 달려드는 통에 금세 매물이 소진되고 다시 보합선에 가격이 형성된다”고 귀띔했다.

▽7월이 분수령〓중개업계에서는 여름 이사철이 시작되는 7월을 주시하라고 조언한다. 이사 수요가 평년과 같다면 시장이 다시 회복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지면 장기적인 거래 단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강남구 대치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집을 언제 사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중개업소에서도 단언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7월 추이를 지켜보면 시장 향방을 알 수 있는 만큼 그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낫다”고 전망했다.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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