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KT가 겨울을 타는 이유는?

  • 입력 2002년 5월 1일 17시 58분


“어, 통신업체 실적이 겨울을 타나?”

지난달 30일 KT(옛 한국통신)가 올해 1·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사실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KT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너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3개월 사이에 회사 실적이 그만큼 좋아졌다고 이해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실적이 공시되기 시작한 1999년 4·4분기 이후 올해까지 3년째 비슷한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매년 4·4분기와 그 다음해 1·4분기의 영업이익 격차가 약 7000억원이다.

KT는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망으로 돈을 버는 통신회사. 국민이 4·4분기만 되면 유독 전화와 인터넷을 안 쓰는 것은 아닐텐데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KT 측의 설명은 이렇다. 매년 상반기에 설비투자를 집중적으로 하는데 회계 절차상 이 투자의 감가상각비가 하반기에 대부분 비용으로 반영된다는 것. 따라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영업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분기별 실적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설명대로라면 하반기인 3·4분기 실적도 4·4분기와 비슷하게 나빠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99년과 지난해에는 3·4분기 영업이익이 2·4분기보다 오히려 높게 나왔다.

회사 측은 또 “12월 결산법인으로 한 해의 실적을 마감하는 4·4분기에 비용 계산을 철저히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계산을 철저히 하고 안하고에 따라 실적이 70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증권가에서는 “KT가 4·4분기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쓰는 탓”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공기업인 KT는 예산이 남아도 이를 굳이 아낄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 따라서 남은 예산을 연간 결산이 마무리되는 4·4분기에 집중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연말만 되면 도로 곳곳을 파헤치는 공사를 하며 예산을 소진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에 대해 KT의 최병용 재무회계 부장은 “4·4분기 실적 악화가 반복된 것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KT 분기별 영업이익 (단위:억원)
연도1·4분기2·4분기3·4분기4·4분기
1999년3,920-1,1304,500-180
2000년6,4302,3402,210-1,510
2001년5,8803,1204,770790
2002년7,740---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