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팔려가는 대우車의 교훈

  • 입력 2002년 4월 10일 18시 24분


대우자동차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인수키로 결정함에 따라 그동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 중 하나에 대해 해결의 가닥을 잡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때 우리나라를 상징하며 세계로 뻗어나가던 이 회사가 어쩌다 이런 수모를 겪게 됐는지, 과거에 대한 회한과 앞날에 대한 걱정이 또한 작지 않음을 느낀다.

연산 100만대가 넘는 대우차의 실패는 노사 양쪽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해외투자를 방만하게 전개한 최고 경영진과 무리한 경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기업문화도 문제였지만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어 온 과격 노조운동은 이 회사 몰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결국 한 회사의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회사 종사자들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얼마나 큰 해악을 줄 수 있는지를 대우차는 실패사례로 보여주었다.

이번 협상타결은 가장 규모가 큰 부평공장 인수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GM측은 부평공장의 생산성과 노사안정 상태 등을 본 후 결정하겠다고 함으로써 숙제의 절반은 뒤로 밀려진 상태다. 어쨌건 공은 대우차로 넘어와 부평공장 존폐문제는 노사가 해결할 과제가 됐는데 당사자들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현명하게 구분함으로써 국민 부담을 줄일 의무가 있다.

매각 조건들이 거의 대부분 GM쪽 주장대로 진행된 것도 추후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자동차공업과 이 회사의 미래다. GM의 상륙으로 이제 3개국 업체가 한국에서 격돌하게 됐다. 국내시장의 독과점 업체인 현대가 그동안 상습적으로 강제 리콜이나 당하는 부도덕성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면 이는 또 다른 소득이라 하겠다.

아울러 이번에 온갖 특혜를 받은 GM은 대우차를 단순한 하청업체로 전락시키지 말고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생산 거점으로 의미를 확대함으로써 한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으로 만들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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