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서장훈-김승현“코트의 지존은 나야 나”

  • 입력 2002년 4월 5일 17시 40분


지난달 17일 열린 2001-2002애니콜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장. 행사 마지막 순간 최우수선수(MVP)로 동양 오리온스의 새내기 김승현(24)이 발표되자 고개를 떨군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선수가 있었다. 바로 김승현에 2표차 뒤지며 MVP를 놓친 서장훈(28·SK 나이츠). ‘베스트5’의 센터 부문에 겨우 이름을 올린 서장훈은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시상식장을 떠났고 수상자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할때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올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선수로 풀리는 서장훈이 정규리그 MVP에 들인 공은 그만큼 대단했다. 심판에 대한 잦은 항의로 ‘매너 나쁜 선수’라는 낙인이 찍힌 있는 그는 올해는 웬만해선 심판 판정에 토도 달지 않았다.

기록도 프로 데뷔이래 최고수준. 포지션상 용병과의 직접 경쟁을 통해 득점 3위(25.30점·이하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 16위(10.00개) 블록슛 11위(1.48개) 야투성공 2위(10.61개) 자유투 성공 4위(3.59개)등 전 기록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이유로 7일부터 시작되는 동양 오리온스와의 챔피언결정전은 서장훈에게 자존심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 절대 열세가 예상되던 KCC 이지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팀을 챔피언전으로 이끈 것도 이런 투혼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사실 서장훈과 김승현(포인트가드)은 포지션상 직접 맞대결을 펼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SK가 팀 컬러상 서장훈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골밑’의 팀이라면 동양은 어시스트와 가로채기왕 김승현의 ‘벼락 속공’이 전매특허로 팀의 중심인 두 선수 모두 상대팀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99-2000시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한 적이 있는 서장훈은 상대의 경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길 만큼 노련하다.

하지만 김승현의 당돌함도 서장훈의 노련미 못지 않다.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은 커녕 오히려 승부를 즐기고 위기상황에서도 실책을 무서워 하지 않는 김승현의 플레이는 사실 상대팀의 투지를 한순간에 꺾어버리는 가장 큰 위협 요인. LG 세이커스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발목 부상을 당한 김승현에 5차전까지 끌려가며 고배를 마신 것도 김승현과의 기싸움에서 패한 측면이 크다.

서장훈의 자존심 회복무대가 될지, 김승현이 사상 첫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 플레이오프 MVP라는 3대 타이틀을 챙기며 프로농구판을 평정할 수 있을지. 챔프전은 두 선수의 자존심 경쟁만으로도 이미 후끈 달아올랐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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