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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0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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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이회창(李會昌) 총재에게 우호적인 경향을 보였던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는 10일 이 총재를 포함한 총재단 사퇴를 요구하면서 공개적으로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의 분열 상황이 비상사태에 이른 만큼 최고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부총재는 특히 서울시장 경선을 포기한 홍사덕(洪思德) 의원 문제를 거론하면서 “서울시장 경선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신당 논의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차질을 빚어 지방선거에서 중부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9일 이 총재 주재로 열린 고문단 총재단 지도위원 연석회의에서는 이 총재 측근들에 대한 비판론도 거세게 제기됐다.
한 참석자가 “당이 단합하기 위해선 당의 중심 세력이 스스로 물러나 줘야 한다”며 물꼬를 텄다. 측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발언의 속뜻은 ‘이 총재와 가까운 사람들이 2선으로 퇴진해야 그동안 당 운영에 참여하지 못한 인사들의 소외감이 줄어들게 돼 당의 단합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한 지도위원은 “이 총재 측근들이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직설적으로 측근 문제를 따지고 나섰다. 그는 “박근혜 의원은 요구를 다 들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꼭 붙잡아야 했는데, 측근들은 ‘나갈 테면 나가라’는 식이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일부 당직자들이 “우리 당에는 가신(家臣)이 없다. 측근이 있다면 당직자들뿐이다”고 반박했으나, 다른 참석자들은 “당의 공식 라인과 비공식 라인이 따로 논다. 최근 사태에 대한 대처를 보면 당의 기능이 마비된 것 같다”고 맞섰다.
한 참석자는 “3, 4명이 직접적으로 측근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퇴진론을 펴는 바람에 회의 분위기가 긴장됐으나 이 총재는 말 없이 발언 내용을 메모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