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일도]주전 대신 기용된 후보선수가 득점왕에

  • 입력 2002년 3월 6일 17시 50분


요즘 한국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확실한 골잡이가 없다는 것. 올들어 북중미골드컵과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등 4경기에서 4골에 그치는 극심한 득점력 빈곤 현상을 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 예선 1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는 첫경기에서 프랑스를 1-0으로 꺾고 멕시코와의 2차전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센터포워드로 최전방 공격을 이끌던 페레이라가 “학기말 시험을 봐야 한다”며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가고 만 것. 내심 우승까지 노리던 아르헨티나 코칭스태프에게는 비상이 걸렸고 급히 18세의 고교스타 스타빌레를 고국에서 긴급 수혈했다.

그러나 웬걸. 스타빌레는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월드컵 최초의 해트트릭을 세우는 등 4경기에서 8골을 뽑아내며 득점왕에 올랐고 아르헨티나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1990년 제14회 이탈리아월드컵. 이탈리아는 개최국이었지만 뛰어난 골잡이가 없어 우승후보에서는 밀려있는 처지였다. 예선 첫경기 오스트리아전부터 고전을 하던 이탈리아는 후보로 그동안 벤치만 지켜왔던 스킬라치를 후반 29분 교체 멤버로 투입하는 응급책을 구사했다. 스킬라치는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것은 물론 이후 6골을 넣어 대회 득점왕에 오르며 이탈리아를 3위에 올려놓아 개최국의 체면을 지키게 했다.

스타빌레와 스킬라치. 이렇게 혜성처럼 등장하는 골잡이가 한국에는 없을까.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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