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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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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당시 그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김 고문의 발언에 대해 당시 “김근태 정동영(鄭東泳) 두 후보에게만 2000만원씩 도와줬으며, (돈의 출처는) 집사람이 13년간 두 곳에서 음식점을 하며 모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런 그의 해명을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두 사람만 도와줬다는 말조차 신뢰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렇다면 권씨는 이제라도 ‘고백성사(告白聖事)’를 통해 진실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는 단지 그만의 문제가 아닌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문제이며 청산해야 할 ‘3김식 정치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의 오랜 가신(家臣)그룹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씨에게는 이 정권 출범 이래 줄곧 ‘권력실세 K씨’라는 또다른 명칭이 따라다녔다. 세상이 다 아는 ‘권력실세 K씨’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란 것은 권씨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제도와 시스템을 무력화시킨 인치(人治)와 그에서 비롯된 거듭된 인사난맥, 그리고 그 결과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잇단 ‘게이트’ 부패 등 국정 실패의 궁극적 책임은 김 대통령에게 있다고 하겠으나 ‘권력실세 K씨’ 또한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세상의 눈이다. 지난 해 민주당 내 ‘정풍운동’의 핵심 대상인물이 권씨였다는 것은 이를 입증하는 하나의 단서일 뿐이다.
고언(苦言)하건대 권씨는 이제 ‘그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민주화 투쟁의 빛나는 이력’이나마 남기는 길은 민주주의의 내면화(內面化)를 이루지 못한 이 정권 및 그의 한계와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고백함으로써 나라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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