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화경/르윈스키 효과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28분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쌍벽을 이루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 그는 입지전적 인물의 표상으로 꼽힌다. 사생아로 태어나 가난한 양부모 밑에서 성장한 불우한 어린 시절, 낙제와 퇴학으로 얼룩진 대학생활…. 그러기에 단돈 1200달러로 오라클을 창업해 세계 두 번째 부호자리까지 올랐던 그의 생애는 한 편의 드라마다. 그런 그도 한때 위기를 겪었다. 바로 법정소송까지 갔던 성추행 사건이다. 3번 결혼, 3번 이혼의 화려한 여성편력을 문제삼지 않던 미국사회도 이 섹스 스캔들은 용서하지 않았다. 엘리슨 회장뿐만 아니라 오라클의 위상까지 땅에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성추문으로 가장 혼쭐난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리라. 제니퍼 플라워스, 폴라 존스, 그리고 모니카 르윈스키. 최장기 경제호황을 일궈낸 클린턴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단면이 섹스 스캔들이다. 지난달 미국 ABC방송 설문조사에서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함께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부문 공동 4위에 선정됐다. 그런데 섹스 스캔들이 없었더라면 순위가 한 두 계단은 더 올라갔으리라는 분석이다. 그뿐인가. ‘부적절한 관계’ 증언에서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변호사 자격까지 빼앗겼다. 르윈스키 스캔들 때문에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떨어졌다는 말까지 나오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당사자뿐만 아니라 회사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현상을 ‘르윈스키 효과’라고 부른다. 오라클이 그렇고 백악관이 그렇고 대통령 한 명을 놓친 미국 민주당이 또 그렇다. 사실 직장 내 성희롱은 최근 10년 동안 3배 가까이 늘 만큼 미국에서 골칫거리라고 한다. 오죽하면 포드사는 아예 드러내놓고 ‘성희롱 제로운동’을 펴고 있을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93년 터진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은 직장 성희롱이란 생소한 단어를 사회 이슈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한 특급호텔이 여직원 집단 성희롱 사건으로 망신을 했는가 하면 대학가 대자보에도 캠퍼스 성희롱이 종종 올라 당사자는 물론 학교 명예에까지 먹칠을 한다. 어제 방송된 르윈스키의 다큐멘터리 ‘모니카, 그 진실’ 때문에 미국이 또 시끄럽다는 소식이다. “카리스마와 권력을 가진 한 남자가 내게 관심을 가졌다. 나는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보는 사람이야 즐거웠을지 몰라도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죽을 맛이었을 게다. 그저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최화경 논설위원 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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