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명재/'묻지마' 중국열풍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24분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의 대학가이자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은 ‘중국 속 한국’을 방불케 한다. 중국 대학과 어학연수원에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코리아타운’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 뻗어나가는 기세는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 이상이라고 한다.

한국 식당에 한국인 교회까지, 중국어를 전혀 모르고도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다. 어학연수 전문기관인 베이징 어언원(語言院)의 경우 수강생의 90% 정도가 한국인이다.

이런 유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귀국했다가 중국으로 돌아가느라 최근 한국발 중국행 여객기는 초만원이다.

만원을 이루는 건 유학생이나 여객기뿐만 아니다. 요즘 많은 한국 기업들은 입을 열었다 하면 온통 ‘중국, 중국’이다. 의욕적 투자 계획에다 중국에서 경영전략회의까지 연출하며 중국 시장을 강조한다. 가히 ‘범(汎)국민적 중국 열풍’이라 할 만하다. 앞으로 중국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할 때 이런 열기는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신나게 밟아대는 ‘중국행 급행열차’가 혹시 ‘브레이크’를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중국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맛본 한 기업인은 “이런 열풍은 너무 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익성과 장기 전망을 따지지 않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유행 투자로 흐르고 있다”는 일침이다.

맛있어 보인다고 마구 먹다간 체하기 십상이다. 급하다고 가속페달만 마구 밟다간 목적지에 제대로 닿을 수 없다. 가속과 제동의 적절한 균형, 경중(輕重)과 완급(緩急)의 조절이 필요한 법이다.

산둥(山東)반도 황허(黃河) 하류에서 손을 담가본 황허는 이름 그대로 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 탁류다. 그 탁류처럼 중국은 가보면 가볼수록, 들여다보면 볼수록 속을 짐작하기 힘든 나라다.

‘깊고도 넓은’ 나라, 중국을 알려면 조급증으론 어림없다. 황허의 도도한 탁류는 한국인들에게 그걸 말해주고 있는지 모른다. <베이징에서>

이명재 경제부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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