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커스]삼보 김주성 “일단체중부터늘려야죠”

  • 입력 2002년 2월 3일 17시 33분


키가 2m 이상인 사람을 만나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다. 최근 열린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삼보 엑써스 유니폼을 입은 김주성(23·2m5 93kg)을 만났을 때 기자는 그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개를 바짝 들어야 했다. 김주성의 옆에 서는 순간 당장이라도 뭔가가 위에서 찍어누를 듯한 느낌이 상상이상의 부담으로 다가왔다.

프로 각 구단이 김주성에게 그렇게 집착했던 것도 상대선수를 압도하는 이런 위압감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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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프트이후〓드래프트에서 삼보의 지명을 받는 순간부터 김주성은 프로의 ‘단맛’을 보기 시작했다. 당장 그날 저녁 이홍선 구단대표와 식사를 함께 한뒤 다음날 새벽까지 취하지도 않은채 술을 마시며 프로선수의 몸가짐을 배웠다. 술자리가 끝나자 구단 직원이 집까지 데려다 줬다. 다음날은 조용근 단장으로부터 맞춤양복을 한 벌 선물받았고 구단 직원과 함께 이발소에 가서 머리도 단정하게 잘랐다. 구단으로선 김주성을 대표상품으로 만들기위한 작업을 시작한 셈. 김주성은 술을 마신 뒤 구단직원이 구단차량으로 집까지 바래다 준 것에서 자신이 비로소 프로선수가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기분이 묘했어요.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쪽인 것같아요. 프로가 되면 변할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상이상이어서 조금은 벙벙합니다.”

▽농구와의 인연〓김주성의 부모는 잘 알려진대로 모두 장애인. 부산에서 신발공장에 근무하던 부모가 IMF 위기때 실직된 뒤로는 경제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1남1녀의 맏이인 김주성은 이런 집안사정을 보며 ‘내가 집안을 살려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초등학교때 이미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중학교에 입학한 뒤 대학 2년때까지 키가 매년 10cm씩 자라던 김주성이 농구를 선택한 것은 운명이었다. 김주성은 중 3때 키가 1m88까지 성장하자 비교적 늦은 고1때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다.

“그동안 운동을 하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하며 의무감으로 버텼습니다. 프로에서도 이런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겁니다”.

▽프로에서의 가능성〓고교시절 장신 센터로 명성을 날리던 김주성을 잡기 위해 각 대학이 혈안이었지만 김주성은 가장 공을 많이 들인 중앙대를 택했다. 김주성은 중앙대 입학뒤 대학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대학때만큼은 못할 것”이라는게 김주성 본인의 솔직한 고백이다. 대학시절 경기당 평균 23.6점과 8.8리바운드를 챙긴 김주성은 프로에서 경기당 15점과 리바운드 10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장훈에 대한 평가와 대비〓김주성이 서장훈을 처음 만난 것은 대학 2년때 SK 나이츠와의 연습경기때. 김주성은 그러나 올시즌 절정기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서장훈에 대해 “너무 멀찌감치 달아난 느낌”이란 말로 자신보다 분명한 한수위임을 실토했다. 구력이나 볼 핸들링,미들슛,코트에서의 시야 등 어느 것하나 자신의 실력과 격차가 있다는 것. 체격도 차이가 많이 난다. 어릴때의 부실한 영양보충탓에 서장훈(2m7. 110kg)보다 키는 불과 2cm 작지만 몸무게는 17kg이나 차이난다.

김주성은 이 때문에 앞으로 1년동안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중과 근력을 키우는데 진력할 계획이다. 그래서 최근 삼성의료원에서 종합 체력테스트를 받은 뒤 자신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받았다. 목표 체중은 110kg. 하지만 체중을 늘릴 경우 서장훈보다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는 스피드를 희생해야 하는 것이 딜레마다.

“서장훈선배가 두렵다거나 해볼만하다는 말을 지금 하는 것은 무리라고 봐요. 지금은 서선배에게서 배우겠다는 자세로 시작할 겁니다”.

▽꿈,그리고 장래〓집안 사정으로 이미 군복무를 면제받은 김주성은 앞으로 최소 10년은 선수생활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러나 은퇴 뒤에는 꼭 농구 지도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기회가 되면 장사를 해 돈을 벌고 싶단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여자친구가 미국시민권자여서 NBA(미국프로농구)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돈을 벌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당장 돈이 생긴다면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한 뒤 전세살이하는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는게 소원입니다”

▽김주성은

생년월일〓1979년 11월9일

체격조건〓2m5. 93kg(발크기 330cm,허리둘레 36인치) 100m달리기 14초,서전트 점프 60cm

가족관계〓김덕환씨(52)와 이영순씨(43)의 1남1녀중 첫째. 동생 향란은 흥국생명 배구선수

출신교〓부산 해동초-영남중-동아고-중앙대

스트레스해소법〓잠자기. 음악 크게 틀어놓고 듣기.

성격〓내성적이란 것이 본인의 설명.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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