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24시/과장님 우리 과장님⑤]부원들의 '큰형'

  • 입력 2002년 1월 17일 18시 16분


“우리 퇴근 후에 술이나 한잔 할까(요)?”

이런 얘기를 팀장인 차장이나 ‘새파란’ 대리가 한다면 팀원들의 호응이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김격수 과장(38·LG건설 홍보팀)이 이런 말을 꺼내면 대개의 경우 6명의 팀원이 100% 따라나서게 된다. 영화를 보러갈 때도, 가기 싫은 워크샵 같은 데를 갈 때도 김과장이 ‘주동을 뜨면’ 팀의 의견이 금새 일치한다.

맥주 한잔 하면서 “팀장 빼고 얘기해보자”며 어려운 점을 듣는 것도 김 과장의 몫이다. 거기서 나온 얘기를 또 팀장에게 완곡하게 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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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과장의 기분이 안좋은 날은 자연히 팀의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뭔가 보이지 않는 ‘구멍’이라도 난 듯하다.

“과장은 낀 세대라고 하지만 긍정적 부분도 많아요. 직장의 모든 세대를 상대할 수 있는 게 과장들 아닙니까”

이것이 과장의 힘이고 역할이다. 과장이 이래저래 피곤한 자리인 건 사실. 하지만 과장은 한편으론 조직의 ‘허리’다. 허리가 튼튼해야 몸이 건강하듯, ‘과장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고 한국의 과장들은 입을 모은다.

진급 2년차인 조준영 과장(31·SK텔레콤 자금팀)이 가입한 회사 농구 동호회에서도 과장은 수로는 소수지만 비중은 훨씬 높다. 2주일에 한번씩 20명 가량 모여 농구공을 만지는 이 동호회는 격렬한 운동이다 보니 젊은 대리급이 주축이다. 과장은 4,5명 정도. 하지만 과장이 나오니까 대리와 부차장 회원간에 ‘다리’가 생기고 가족적인 ‘팀 워크’가 만들어진다.

SK의 다른 많은 동호회에도 과장급이 많이 참여하지는 않는다. 가장 일이 많은 직급이다 보니 다른 데 신경쓸 여유가 없어서다. 하지만 과장이 있어야 구색이 맞춰진 것 같고 모임이 잘 굴러간다.

조 과장은 후배들과 술을 마시다가 후배들이 ‘형’이라고 부르며 고민을 털어놓을 때 기분이 좋다. “부장이나 차장에게 붙이기는 아무래도 어색한 ‘형’이란 호칭을 쓸 수 있는 위치. 그게 과장의 매력인 것 같아요”

집안의 ‘큰 형’같은 과장. 바로 회사를 움직이는 ‘윤활유’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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