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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7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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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자주 연주되는 클래식음악 곡으로는 헨델의 ‘메시아’와 함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유명하다. 지난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연말 분위기에 이 작품의 웅장한 선율이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선율로만 친다면 연말에 들을 만한 음악은 이 외에도 많다. 작곡가의 생명이라 할 청각을 잃은 베토벤이 듣는 이의 영혼을 울리는 이런 곡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 승리’의 상징이라는 점, 바로 그것 때문에 사람들은 연말에 이 곡을 애청하는 게 아닐까.
▷‘합창’은 교향곡 형식에 4명의 독창자와 대규모 혼성합창을 처음 도입한 곡이다. 성악 파트는 이 작품의 정점인 4악장에 나오는데 베토벤이 애독했다는 독일 시인 실러의 시 ‘환희의 노래’를 가사로 썼다. ‘품에 안겨라. 만민들이여! 온 세상에 이 키스를 주리.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낙원에서 온 아가씨들이여. 환희여, 아름다운 주의 빛….’ 30대 초반부터 난청(難聽)과 생활고 등 온갖 시련을 겪어야 했던 만년의 작곡가는 세상에 대한 저주가 아니라 환희를 노래했다.
▷연말 분위기로 몸과 마음이 고단한 요즘, 음반으로나마 ‘합창’을 들어보자. 지난 한해 심기를 어지럽혔던 일들을 모두 접어버리고 새해의 정심(正心)을 가다듬는 일에 이 곡은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선율의 바다에서 빠져나올 때쯤이면 한결 마음이 가뿐해져 있음을 느낄 것이다. 새해는 우리 사회에 불협화음이 조금 더 줄고, 이 곡의 제목처럼 모두 함께 합창하는 일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으련만.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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