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세영/규제 풀어야 경제 풀린다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7시 53분


우리 경제가 정말 중증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성장률의 현저한 감소세가 예측되고 있고, 수출 위축 및 투자 부진과 함께 특히 청년실업 문제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모집하면 수십 배의 지원자가 몰려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또한 학교 졸업 후 첫 취업까지 통상 1∼2년씩 걸린다는 보도도 나온 적이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젊은 세대의 실업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증거 자료다.

우리 경제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고 하는 그 꿈 많은 청년들에게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가장 왕성하고 생산성 또한 높은 시기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은 개인과 그 가정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대단히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미국의 경기 불황 등에 근본적으로 기인한 것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상당 부분 그 요인을 국내에서 찾고 처방하는 것이 온당함은 물론이다. 최근 주한 미국 상공인회의소 제프리 존스 회장은 어느 간담회에서 “한국의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또 많은 외국투자 기업가들이 “한국에서 기업 활동하면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면서 투자 환경의 열악함과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 동안의 개혁과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엄존하고 있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외국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한 기업이 사람을 뽑는데 전체 모집 인원의 3배가 넘는 취업 청탁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는 기업 활동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규제의 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힘깨나 쓴다’는 인사들이 인사 청탁이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청탁에 의해 뽑힌 사람이 공정하게 선발된 사람보다 생산성이나 효율성, 나아가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더 나을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지나친 정부의 규제는 부정부패를 유발하기 쉽고 이는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규제는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수출을 어렵게 만들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고용까지 감소시킨다. 특히 정부의 규제에 따른 외국기업들의 국내투자 기피현상으로 최근 대학졸업자들이 선호하는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분야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취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우리 경제를 살리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완화 차원을 넘어 정부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된다. 정부는 경제난의 원인을 세계경제의 불황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문제부터 하나씩 확실하게 해결해 나아갈 때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 세 영(단국대 교수·경제학 비전@한국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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