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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1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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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하는 작품은 화물운송 회사인 ‘페덱스 익스프레스(FedEx Express)’의 비교광고다. 화물운송 회사는 빠른 배달이 생명. 광고 또한 대부분 ‘우리가 제일 빠릅니다’란 메시지가 중심이 된다.
그런데 이 광고에는 어딜 봐도 빠르다는 것을 나타내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니 이런, 배달용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경쟁사 DHL의 배달상자가 아닌가. 즉, 경쟁사인 DHL보다 자기 회사의 배달 속도가 더 빠르기에 DHL조차 페덱스의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감탄과 함께 미소를 짓도록 만드는 광고다. 이 경우 말고도 해외에는 비교광고가 참 많다. 미국에서 집행되는 전체 광고의 30%가량이 비교광고라는 통계도 있다.
이제 국내의 많은 광고인들에게도 그 동안 실행에 옮길 수 없었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를 듯 하다. 비교와 비방의 경계선은 참으로 모호하다. 그 잣대를 어디다 둘 것인가, 누가 그 잣대를 휘두를 것인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지게 된다.
만약 페덱스 광고가 국내에서 만들어졌다면 과연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추측컨대 페덱스의 서비스가 DHL의 그것보다 빠르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내놓아야 했을 것이다. 그것도 당연히 공신력 있는 기관의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자료여야만 할 것이다. 불행히도 그런 완벽한 자료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이 광고가 게재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광고 게재 후에 어떤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기대를 안하는 것이 상책일 듯하다. 기껏 만들었는데 나가지 못한다면 광고인의 속만 부글부글 끓을 테니까
홍승표(금강기획 카피라이터·hhh@i5425.com)